SBS ‘펀치’ tvN ‘비밀의 숲’ 속 검찰 내외부 갈등, 현실 상황과 묘한 상관관계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극적인 효과를 위해 창작된 부분이 더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창작된 캐릭터 역시 현실과 괴리감을 갖는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새 검찰 드라마로 크게 화제가 됐던 SBS 드라마 ‘펀치’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그려낸 검찰과 요즘 현실 속 검찰의 묘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드라마 ‘펀치’는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과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의 팽팽한 대립이 주된 스토리 라인을 형성한다. 사진=SBS ‘펀치’ 홈페이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립한다. 서로를 몰아내기 위해 약점을 캐내고 사건마다 대립한다. 장관을 거쳐 대통령까지 꿈꾸는 법무부 장관은 결국 아들을 둘러싼 약점 때문에 검찰총장과 타협하지만 뒤로는 더 격하게 대립한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 ‘펀치’의 주된 스토리 라인 가운데 일부다.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과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의 팽팽하게 대립하고 주인공 박정환(김래원 분)이 양측을 오가며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드라마가 종영하고 5년여가 흐른 현재 대한민국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극 중 윤지숙 장관은 검사 출신, 추미애 장관은 판사 출신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윤 장관이 대통령을 꿈꿨듯 추 장관 역시 향후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대선후보로도 거론되는 정치인이다.
게다가 아들 문제가 얽혀 있다는 부분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윤 장관은 아들 이상영 판사(이중문 분)의 병역비리가 사실이며 이를 감추려다 더 큰 실수를 범하며 나락에 빠진 데 반해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논란은 의혹 수준이다.
‘펀치’는 방영 당시에도 검찰 내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태준 총장을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과 정국현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비주류 세력의 검찰 내 파벌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태준의 오른팔 조강재(박혁권 분)는 대검 반부패부장이다. 검찰 내에서 대검 차장검사와 반부패부장 등이 핵심 요직이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참고로 최근 검언유착 논란에 휘말린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총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는데 그 역시 지난 1월까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검사장을 의심하는 평검사
‘펀치’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검 차장검사, 대검 반부패부장 등 검찰 수뇌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비밀의 숲’은 평검사를 중심으로 부부장 검사와 부장검사, 차장검사, 그리고 검사장으로 이어지는 검찰청 일선 검사들의 이야기다.
tvN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차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하자 형사부 검사들이 10년 만에 형사부에서 수장(검사장)을 배출했다며 축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tvN ‘비밀의 숲’ 홈페이지
배경은 잘나가는 공안이나 특수통 검사들이 아닌 형사부 검사들의 이야기다. 드라마 초반부 차장검사였지만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나중에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되는 이창준(유재명 분)을 비롯해 출연 검사 대부분이 형사부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그리고 최근 폭행 논란에 휘말린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 등 현실 검찰에서 신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 역시 형사부 출신이다.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등 기존 세력이 특수통임을 감안하면 요즘 검찰 내부는 기존 특수통과 신진 형사부 출신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요즘 정진웅 부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의 몸싸움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비밀의 숲’은 평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검사장 이창준을 의심하며 대립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상명하복, 검사동일체 등 검찰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비밀의 숲’ 제작진은 황시목이라는 캐릭터를 뇌섬엽제거수술 후유증으로 감정을 잃은 사람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요즘 현실 속 검찰은 그런 설정 없이도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검찰 내부의 문제를 넘어선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이라는 또 다른 외부 설정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드라마다.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지라도 현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일 뿐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캐릭터다. ‘펀치’의 윤지숙 장관은 대대로 법률가를 배출한 유력 집안 출신이고, ‘비밀의 숲’ 이창준은 대기업 한조그룹의 사위다. ‘펀치’의 주인공 박정환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검사가 된 소위 ‘개천에서 난 용’이지만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검사이며 ‘비밀의 숲’의 주인공 황시목은 뇌섬엽제거수술 후유증으로 감정 없이 수사에만 집중하는 검사다.
드라마에선 이런 비현실적 캐릭터들이 정해진 각본에 따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매진한다. 반면 현실 속 검찰은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정해진 답도 없는 상황에서 격하게 대립만 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