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다지고 ‘덩치’ 키워야 쑥쑥
▲ 맨 위부터 와라와라, 갈불놀이, 아로마포미. |
‘메가프랜차이지’란 여러 개의 점포를 경영하는 한 사람의 사업자를 가리키는 신조어. 여러 개의 점포가 성공할 경우 중소기업 뺨치는 사업 규모에 탄탄한 경쟁력까지 갖추게 돼 앞으로 소자본 창업의 성공 표본이 될 것이라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하나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 어떻게 하면 메가프랜차이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인천과 부천 등에서 요리주점 ‘와라와라’를 운영 중인 최태환 씨(52)는 소유한 점포가 세 곳에 달한다. 최 씨는 지난 2007년 인천 구월동에 330㎡(1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인천 부평에 313㎡(95평) 점포, 2009년 부천역 인근에 247㎡(75평) 규모의 점포를 추가로 냈다. 직장에 다니던 최 씨는 더 늦기 전에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 회사를 나왔다.
첫 점포인 구월점을 오픈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 5억 원. 점포구입에 2억 원, 인테리어를 포함한 개설비용에 3억 원이 들었다. 꼼꼼히 계획을 세웠던 만큼 퇴직금과 위로금, 대출금, 집을 매매한 금액 모두를 쏟아 부었다. 다행히 오픈 초기부터 영업이 잘 되더란다. 투자금 회수는 멀었지만 다른 곳에 추가로 점포를 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메가프랜차이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특히 인력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갑자기 그만두는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적도 많았다고. 현재는 최소 서비스 인원의 한두 명을 추가로 두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시켜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단다. 주방 인원에 대한 업무도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30%씩 분담시키고 있다.
최 씨가 말하는 메가프랜차이지의 첫 번째 성공비결은 까다로운 입지 선택이다. 1호점은 2층이라는 핸디캡도 있었지만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는 구월동 코너 자리를 택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현재 10곳 이상의 대형 주점이 경쟁하지만 1위 자리를 놓쳐본 적은 없단다. 2호점은 4층 점포를 택해 권리금 부담을 없앴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 재방문율을 높였다. 3호점 역시 부천역 인근에서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역시 점포의 위치가 4층이긴 하지만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목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이다. 그는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인 만큼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활발히 펼쳤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는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담요를, 긴 머리의 여성에게는 머리끈을 제공하는 식이다.
최 씨는 매일 모든 점포를 돈다. 3시에 부평 점포로 출근해 7시 30분까지 근무한 뒤 부천역점으로 넘어가 10시 30분까지 근무, 새벽 2시 무렵에는 구월점에서 업무를 마감한다. 매장에 나가서는 손님 접대는 물론 매장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그는 현재 3곳의 점포에서 월 1억 7000만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천연화장품전문점 ‘아로마포미’를 운영하는 이혜경 씨(여·48)도 메가프랜차이지다. 그는 경기도 용인 상갈동과 지곡동에 두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 평균 매출은 2000만 원 안팎. 상갈동 점포는 자신이, 지곡동 점포는 점장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두 곳 모두 1인 운영으로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 씨는 의류점을 운영하다가 2002년 천연화장품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는데 의류점에 비해 운영이 수월하고 매출도 꾸준한 편이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 씨는 “천연화장품의 특성상 손님에게 맞는 화장품을 권하기 위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하고, 구매를 강요하기보다 마음껏 둘러볼 수 있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제품의 수량을 넉넉히 준비해 언제든지 판매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브랜드나 메뉴의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인천 구월동에 33㎡(10평) 규모의 쌀국수전문점을 운영 중이던 정외숙 씨(53)는 올해 초 인천 만수동에서 244㎡(68평) 규모의 부속고기전문점 ‘갈불놀이’를 열어 메가프랜차이지가 됐다. 두 점포의 일평균 매출은 24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정 씨는 오후 2시에 쌀국수전문점으로 출근해 매장을 관리하고 저녁 5시부터는 부속고기전문점에서 일을 한다. 그는 “메뉴는 다르지만 음식점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본사 매뉴얼에 따른 조리, 주방관리, 식자재 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맛은 지켜지고 그것이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올리는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마인드”라며 “직원 관리와 매장 관리에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다점포 창업 팁
메뉴 다양화→먹거리 파동 대비
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브랜드를 선택하라. 여러 점포를 운영하려면 한 점포에 대해서 집중적인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본사의 물류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사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다.
② 브랜드 인지도에 주목하라. 브랜드 인지도가 좋은 곳의 특징은 우선 매출이 높다는 것이다. 높은 매출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홍보 마케팅에 투자하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얻은 감동이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게 되는 등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③ 책임감 있고 믿을 만한 관리자를 채용해 매장 운영 전반을 맡겨라. 하나의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구멍가게식 운영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세워 나가야 한다.
④ 무리한 확장은 금물이다. 하나의 매장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뒤 1~3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제2, 제3의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다점포 사례를 살펴보면 1년여 만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투자비 회수가 곧 제2의 창업 시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⑤ 다점포를 운영할 때 꼭 같은 브랜드를 운영할 필요는 없다.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투자처의 성격을 확연히 다르게 할 수도 있다. 삼겹살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닭고기 또는 쇠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내서 각종 먹거리 파동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출점 전략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