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동료가 갑자기 섹시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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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 ||
최근 한 제약회사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주변 여성들의 생리 전 증상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그날’이 다가오면 직장동료나 여자친구, 아내가 눈에 띄게 다른 모습을 보여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 실제로 이때면 여성들은 확연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로 예민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 변화가 당황스럽기는 여성 본인들도 마찬가지다. IT업종에서 일하는 L 씨(여·28)는 그날이 다가오면 이유 없는 짜증으로 예민함이 극도에 달한다.
“대략 생리 시작 1주일 전부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심리적인 불안이나 짜증이 일정 주기로 심해진다는 걸 몰랐죠. 그러다 남자친구와 크게 싸우는 시기들을 보니까 딱 그때더라고요. 평소에는 별것도 아닌 문제들인데 그 시기에는 돋보기를 들이댄 것처럼 크게 보이고, 울컥하는 거예요. 생각지도 않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안 들어주면 서운해 해요. 한번은 남자친구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썹이 밀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살짝만 해보자고 했는데 당연히 단번에 거절당했죠. 심통이 나서 한동안 말을 안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제가 참 너무했다 싶어요.”
L 씨는 남자친구는 물론 회사에서 후배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평소답지 않게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머쓱했던 적도 많다고.
의류 수출회사에 근무하는 C 씨(여·33)도 그때만 되면 심리적인 위축감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잠을 충분히 자도 회사에 가면 끝도 없이 졸린 거예요. 닭처럼 졸다가 상사랑 눈이 마주쳐서 민망했던 적도 있다니까요. 제 몸이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니까 우울해지고 집에 들어가면 침대에만 누워 있고 그래요. 생리 전에는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여드름이 나서 아무리 화장을 해도 나아지질 않아요. 그러니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해도 눈물이 툭 떨어지고 그래요. 그러다 생리가 시작되면 차츰 나아지죠.”
C 씨는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월경증후군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말에 요즘에는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새롭게 라틴댄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그는 “매번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활력이 생길 만한 일을 일부러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월경 전 심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것이 신체적인 변화다. 심리적인 증상이나 그 행동양상은 개인마다 다양해 심한 경우 도벽을 보이는 여성들도 있지만 신체적인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환경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J 씨(여·27)는 자신이 유별난 것 같다고 말한다.
“생리할 때가 되면 대부분 여성들이 가슴이 커지고 단단하게 멍울져서 조금만 스쳐도 아프잖아요. 근데 전 그 정도가 좀 심해요. 그때만 되면 브래지어 사이즈를 한 치수 큰 걸로 해야 해요. 가슴이 답답하고 아린 고통이 계속돼서 힘들긴 한데요, 사실 조금은 빈약한 가슴이 불만인 터라 생리 전에는 가슴 때문에 옷맵시가 더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해요. 출퇴근길에도 등을 곧게 펴게 되고 회사에서도 남자 동료들의 시선을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하지만 그만큼 잘 때도 부어서 힘들고 하루 종일 피가 몰려 있는 느낌 때문에 썩 유쾌하지는 않아요.”
O 씨(여·34)도 생리 전에는 심리적인 부분보다 신체적인 부분 때문에 힘든 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파서 우울해 할 틈이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일단 허리가 너무 아프죠. 앉아 있기도 힘들거든요. 공기업이라 그래도 퇴근시간이 일정해서 ‘그때’가 되면 퇴근 후 빨리 집에 가서 쉬는 편이에요. 그래도 생리 시작 후 고통에 비하면 좀 나은 편이죠. 시작되는 그 다음날부터 복통에 시달리거든요. 보건휴가가 남자들 눈에는 그저 하루 편하게 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복통이 심한 사람에게는 정말 소중한 하루예요. 아랫배를 쥐어짜는 것 같은 그 고통은 약을 먹어도 쉽게 없어지질 않더라고요. 이걸 언제까지 겪어야 할지 까마득하네요.”
생리 전 호르몬 변화로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때는 황체호르몬의 영향으로 체온이 높아지고 지방세포의 활동이 활발해 체중이 쉽게 증가한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A 씨(여·30)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때만 되면 넘치는 식욕을 주체할 수가 없단다.
“먹어도 자꾸 입맛이 당겨서 하루 종일 입에 뭘 달고 살아요. 식욕을 제어할 수가 없어서 미친 듯이 먹고 나서 속이 좋지 않아 바로 게워낸 적도 있어요.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퇴근하고 뭐 먹어야지, 점심때 뭐 먹을까’ 이런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어요. 그러다 생리가 시작되면서 신기하게 식욕이 뚝 떨어지고 많이 먹지 않아도 몸에서 기운이 넘쳐 활동적으로 변해요. 생리 시작하기 전에 증가했던 체중이 서서히 줄어들더라고요.”
인쇄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K 씨(여·25)도 월경 전에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때만 되면 유난히 ‘야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기운이 없거나 하는 건 좀 덜한 편이에요. 다만 좀 특이한 건지 이상하게 자꾸 야릇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회사에서도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직장 남자 동료의 셔츠를 걷어붙인 팔뚝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일단 주변 남자들이 달라 보이는 거죠. 생리 시작 1주일 정도 전에는 꿈도 참 에로틱해요. 특히 키스하는 꿈을 많이 꾸는데요, 어쩌다 친구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도 키스하는 꿈을 꾼다는 거예요. 뭐 이런 것도 비슷한가 싶어 웃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이런 다양한 월경전증후군 증상에 대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거나 규칙적인 생활로 일상의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충고한다. 남성들에게도 이러한 여성들의 고충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결혼생활 5년째인 평범한 직장인 S 씨(37)는 “솔직히 그날만 다가오면 히스테리가 심해지는 직장 여성동료나 아내를 보면서 심란할 때가 적지 않다”며 “하지만 고쳐질 문제도 아니고…. 상대가 예민하게 굴 때마다 건강하다는 증거로 생각해서 참고 넘어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