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기자 구속기소 막판까지 증거 찾기…검찰 내부 “한 검사장 수사는 무리수” 의견 만만찮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전 기자의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강요미수’ 중 ‘미수’에 대해 불능미수로 해석한다면 “기소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동훈 검사장 수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인다.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은 구속기한 마지막 날인 8월 5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 했다. 이 기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강요 미수다.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당시 이 전 기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마지막 날 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5일 오전, 이동재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백 아무개 채널A 기자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기자 등이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검찰이 앞으로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 협박해 특정 인사에 대한 비리를 진술하도록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기소 전날까지 바삐 움직였다. 통상 기소 전날에는 그동안 피의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소장 마무리 작업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번엔 1시간여 동안 변호인 참관 하에 노트북 포렌식 결과를 분석하는 등 자료 확보에 매달려야 했다. 이 전 기자의 노트북 분석은 채널A 자체 진상조사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도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 협박성 취재를 공모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추가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을 참관한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별 의미 없는 파일만 몇 개 복구됐더라”고 언론에 밝혔다. 공소장 및 증거목록을 정리해야 할 때까지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자료를 찾아야 할 정도로 수사가 단단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전 기자는 큰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실제 형법 제27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고 적시돼 있다. ‘사건 상황이나 흐름 상 의도했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한 검사장이 ‘수사팀’에 있지 않아 권한이 없었지만, 이 전 기자가 ‘윤석열 총장의 측근’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면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추론이다.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의 한동훈 검사장. 사진=임준선 기자
#억지 수사 비판 지배적
한동훈 검사장을 향한 수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사뭇 다르다. 이를 의식해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수사팀은 언론에 알리는 입장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폰에 대해 법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검사장과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한 것인데, 수사팀은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동훈 검사장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을 처리하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까지 억지로 수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7월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고, 한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의 몸싸움까지 번진 휴대전화 유심(USIM) 압수수색에서도 별다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감청 논란까지 불거지며 검찰 내에서조차 ‘수사팀이 실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선 검사는 “이 전 기자에게 ‘미수’ 혐의를 적용하려면 한 검사장을 공모의 ‘한몸’으로 묶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수사를 하려다 보니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정권이 원하는 방향대로 억지로 수사를 만들려다 보니 발생하는 논란들이라는 지적인데, 실제 수사팀은 협박성 취재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 아무개 씨 등에 대해서는 함께 사법 처리를 하지 않았다. 또, MBC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수사팀 내 다른 의견을 가진 검사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수사팀 소속 평검사들 중 상당수가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평검사와 간부급 검사들 간 의견이 완전히 나뉜다”고 토로했는데, 7월 말에는 수사 방향에 이의를 제기한 파견검사 2명이 원소속으로 복귀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한동훈 검사장을 처벌하려면, 이동재 전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지시를 해서 편지를 썼다’고 몰아가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려면 연락이나 대화 등 핵심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는 증거를 만들려다 보니 자꾸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서 이성윤 지검장 유임설 등이 나오는 것도 결국 무리한 수사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