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와 갈등설’ 성적 부진 속 씁쓸한 이별…K리그 우승 경험 최 감독의 다음 행보에 귀추 주목
최용수 전 감독이 FC 서울에서 물러나면서 20여 년간 이어온 서울과 인연이 끊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수, 코치로 팀에 안긴 우승
연세대 재학 시절 연령별 대표팀을 오가면서 활약한 선수였던 최용수가 1994년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딛은 팀은 LG(FC 서울 전신)였다. 그는 데뷔 첫해부터 10골 7도움을 기록하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품에 안았다. 이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한 구단에서 활약했다. 그 사이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선발돼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아시아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독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시기도 이때다.
2000년에는 자신의 커리어 첫 우승을 경험했다. 단순 우승팀의 일원이 아닌 팀을 이끄는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소속팀 LG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석권하며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최용수는 득점(2위), 도움(4위)을 고루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낸 선수가 됐다. 연말 시상식에서 시즌 MVP에 등극했다. K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이듬해 3억 엔(약 33억 원)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J리그로 떠났다.
5년간의 일본 생활 이후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곳 역시 친정팀이었다. LG에서 FC 서울로 구단이 바뀌었지만 그는 옛 인연과 다시 손을 맞잡았다. 플레잉코치로 1년간 활약 이후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장수, 세뇰 귀네슈, 넬루 빙가다 등 다양한 감독을 보좌했다. 빙가다와 함께 코치로서 서울의 우승을 10년 만에 다시 경험하기도 했다.
최용수 전 감독은 화끈한 세리머니, 톡톡 튀는 인터뷰 등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감독으로서 최용수는 FC 서울에서 더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감독직에 오르는 과정부터 드라마틱했다. 최용수가 수석코치로 승격한 2011년 서울은 이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 시즌 우승팀임에도 좀처럼 승리를 거두기 어려웠다. 이에 팀을 이끌던 황보관 감독이 사임했고 최용수는 수석코치에서 감독대행 타이틀을 달았다. 그가 대행을 맡던 시점, 팀 순위는 16개 팀 중 14위였다.
최용수는 취임 직후부터 팀을 끌어올렸다. 첫 6경기에서 5승 1무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시즌 최종 성적은 3위, 정식 감독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규직’ 최용수는 거칠 것이 없었다. 시즌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최용수 감독과 FC 서울은 빼어난 성적으로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리그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한 팀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최초 인물이 됐다. 2위와 승점 17점차, 압도적 우승이었다. 1년간 모든 대회를 통틀어 불과 6패만 기록했다. 그나마 그중 1패는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은 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당한 것이었다.
이듬해 K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조별리그에서 1패만 기록하며 안정적 모습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세계적 명장 마르셀로 리피가 이끄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만나 결승 1, 2차전 모두 무승부를 거뒀지만 원정다득점 원칙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 감독임에도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줄곧 K리그 상위권에 팀을 올렸고 2015년에는 FA컵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그러다 2016년 여름, 최 전 감독은 팀과 한 차례 이별을 택했다. 시즌 중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쑤닝으로 떠났다. 조, 알렉스 테이세이라, 하미레스와 같은 세계적 명성의 선수들을 지도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10배에 가까운 연봉 상승이 있기도 했다. 팬들의 축복 속에 이별을 맞이했다.
가장 극적인 순간, 최용수와 서울은 다시 만났다. 서울은 2018시즌 이례적 부진으로 하위권을 전전했다. 시즌 말미에 접어든 순간, 최 전 감독이 ‘소방수’로 등장했다. 결국 그는 승강플레이오프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승리를 따내며 2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씁쓸한 두 번째 이별
극적인 재회를 연출했던 최 전 감독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서울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첫 이별 때처럼 박수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팀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최 전 감독의 자진 사퇴에 구단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팀 전력 보강을 놓고 감독과 프런트 간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축구계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구단이 보강한 선수는 없었다. 전반기 선전하던 서울은 후반기 동력을 잃었다.
이번 시즌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선수 보강이 있었지만 시즌 도중 계약이 종료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공격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시즌 3위에 올랐던 서울은 이번 시즌 11위까지 떨어졌고 최 전 감독은 갑작스레 사퇴를 선언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본인의 실책도 있겠지만 구단 안팎으로 복합적인 문제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며 “언제나 ‘서울맨’일 것 같던 최 감독이 서울을 떠났다. 아쉽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결국 이것도 스포츠의 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승부의 세계에서 몸담으며 최 전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최 감독은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휴식을 취하고 나면 또 다시 현장에 돌아올 것”이라면서 “현재 소속이 없는 지도자 중 K리그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최 감독뿐이다. 충분히 능력 있는 인물이다. 얼마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 감독이 서울이 아닌 다른 팀 벤치에 앉은 모습을 본다면 어색할 것 같다. 과연 다음엔 어떤 행보를 보일지 나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