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이혜영 등 게시물에 ‘기사화 원치 않습니다’ 공지…일방적 주장 기사화돼 갈등 조장도
고 최진실의 딸 최준희 양의 호소다. 10대 청소년인 최준희 양은 유명 연예인인 엄마로 인해 그 존재가 알려졌고, 몇몇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 종종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엄연히 연예계와 무관한 평범한 17세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런데도 최준희 양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는 사진과 글은 온라인 연예매체를 통해 실시간 기사화되고 있다. 최근 친구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을 때 벌어진 상황도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 조회수에 의존하는 매체들은 ‘최진실 딸 남친 공개’ ‘최진실 딸 남친과 행복’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포털사이트에 도배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최준희 양은 “관심을 꺼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개인 SNS 글이나 사진은 연예매체들이 기사 소재를 얻는 단골 창구가 됐다. 포털사이트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가장 많이 본 뉴스’ 목록이 연예인 SNS 생중계 기사로 도배되는 일도 흔하다.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이 기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일부 연예인들은 우회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한다. 때문에 SNS에 ‘기사화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공지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당부가 무색하게 연예인 SNS의 실시간 기사화는 조회수에 의존하는 일부 온라인 연예매체의 ‘클릭 장사’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소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자신의 SNS 게시물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최준희 양의 입장이 담긴 글.
#최준희 양 “친구 소통용 SNS까지 퍼 날라 알릴 일인가”
SNS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생각을 밝히고 입장을 공표하는 통로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첨예한 이슈에 얽힌 당사자들이 SNS를 통해 견해를 내놓는 일도 익숙하다. 하지만 SNS를 개인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의 계정까지 샅샅이 뒤져 이를 경쟁적으로 중계하는 상황에 대해 당사자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 보는 이들까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최준희 양은 최근 SNS에 친구와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평범한 10대 청소년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지만 이는 곧 온라인 연예매체들을 통해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기사화됐다. 지난해 최준희 양이 기념 삼아 친구와 찍은 화보를 두고 사실 확인조차 없이 ‘웨딩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기사화 했던 방식 그대로다.
이에 최준희 양은 언론에 직접 해명키로 하고 측근을 통해 “저는 엄마처럼 연예인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소년일 뿐”이라며 “화제 거리가 될 만한 것은 되도록 (SNS에) 올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친구들과 소통하려고 SNS를 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퍼날라 여기저기 다 알릴 만한 일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유명 스타의 자녀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을 의식한 듯 그는 “조용히 지내고 싶으니 제발 관심 좀 끊어 달라”며 “기사가 (온라인에) 뜰 때마다, 제 이름이 인터넷에 나오고 사람들 입에 오르면 많이 무섭고 힘들다. 저는 최진실의 딸이 아닌 그냥 최준희이다. 긍정적인 가끔의 관심은 괜찮아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주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5~6년 전부터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SNS는 온라인 연예매체의 단골 기사 소스가 되고 있다.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고, 자연스럽게 기사 클릭 횟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유명한 인사들의 SNS를 전부 팔로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조회수 나올 만한 사진을 골라 속보 형식으로 기사화하는 패턴이 고착된 상황이다. SNS 사진을 경쟁적으로 기사화하는 환경을 은근히 활용해 대중 관심을 유발하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한쪽에선 최준희 양처럼 고통을 겪는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SNS를 통해 각종 폭로 게시물을 올려 화제를 양산한 AOA 출신 권민아는 결국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사진=권민아 인스타그램
#갈등 부추기는 폐해까지
SNS는 그야말로 사적인 공간인 만큼 일상을 알리는 목적을 넘어 개인의 생각이나 때로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통로로 사용된다. ‘폭로’ 혹은 ‘공격’의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만약 첨예한 이슈일 때는 아무리 이해 당사자의 SNS 글이라도 해도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2차, 3차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SNS 중계 기사가 논란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근 걸그룹 AOA 출신 권민아가 SNS를 통해 과거 그룹 활동 당시 특정 멤버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권민아는 처음 과거 피해를 SNS에 우회적으로 고발했고, 이런 내용이 곧바로 기사화되자 피해 고백과 폭로 수위를 점차 높여갔다. 급기야 피해로 인한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고백과 이를 알리는 사진까지 게재해 충격을 던졌다. 이런 사진은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일부 온라인 연예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또 다른 폐해로 이어졌다.
권민아는 자신을 괴롭힌 멤버 지민의 사과와 팀 탈퇴 결정에 따라 잠시 중단했던 SNS 활동을 재개하고 이번엔 다른 멤버인 설현을 “방관자”라고 공격했다. 소속사였던 FNC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비난 수위까지 높이면서 SNS를 통로 삼아 논란을 다시 만들었다. SNS를 통한 그의 주장은 어김없이 온라인 기사로 생중계됐다. 누군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는 SNS 기사 방식에 우려가 가중되는 대목이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한 사람의 주장일 경우 상대에게 반론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전에 ‘SNS발 기사’가 쏟아져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고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SNS 기사가 만드는 폐해에 대해서도 한번쯤 돌아볼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NS를 운영하는 연예인 가운데 일부는 사진을 올린 뒤 ‘기사화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달기도 한다. 아예 SNS 계정 소개 글에 이 같은 문구를 넣고 자신의 게시물을 기사로 쓰지 말라고 당부하는 배우들도 있다. 배우 김혜수를 비롯해 방송인 이혜영, 김나영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SNS 활동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대중과 직접 소통하려는 시도이지, 기사를 통해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무색하게, 이를 무시한 채 실시간으로 퍼나르는 매체들도 존재하면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