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190여 개국 동시 공개, 해외 반응 긍정적…한한령 완화 땐 수혜 가능성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부터 2014년 SBS ‘별에서 온 그대’, 2015년 KBS 2TV ‘프로듀사’까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매번 시청률 대박을 이끈 김수현이지만 복귀작에선 고공행진이 멈췄다.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물론 드라마를 평가할 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더욱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방송 직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해외에서의 반응은 크게 저조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동영상 누적 조회수나 매출액을 비공개에 부치는 넷플릭스 정책으로 인해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성공 여부는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국내 시청률은 여전히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
#기대 밑도는 성적…시청률 5%대 굴욕
김수현은 군 복무 기간에도 영화와 드라마 출연 제안을 쉼 없이 받았다. 유명 영화감독의 작품부터 인기 작가가 집필하는 새 드라마까지 소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어김없이 김수현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복귀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수현의 차기작을 서로 수소문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김수현은 소속사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이 끝났음을 공표하고서야 차기작도 정식으로 알렸다. 그는 자신의 이종사촌형이자 영화 ‘리얼’의 감독인 이로베 씨와 손잡고 엔터테인먼트사 골든메달리스트를 설립했다. 이후 회사의 첫 번째 작품으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택해 주연은 물론 공동제작으로도 참여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판타지 동화다. 그동안 밝고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혹은 절절한 멜로에서 진가를 발휘한 김수현이지만 이번 드라마에서의 모습은 달랐다. 잔혹동화 주인공인 듯한 여주인공 서예지와 나누는 감정의 교감이 시청자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예상했던 팬들의 기대도 충족시키기 못했다. 시청률 답보 상태는 그렇게 계속됐다.
그렇다고 비판만 나온 건 아니다. 회를 거듭하면서 드라마 주제에 공감하는 시청자들도 생겼다. 유년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의 성장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극의 메시지가 후반으로 갈수록 공감을 얻기도 했다. ‘진짜 사이코는 누구인가’에 대한 주제에 호평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폭넓은 시청자 확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마니아 팬’만 낳았다는 의미다.
김수현은 이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인물이 가진 상처와 그 상처가 치유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고 밝혔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하는 상황에도 “늦은 나이에 군대를 다녀온 부분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복무 동안 휴식도 가졌고 체력도 좋아졌다”며 스스로의 기대도 드러냈다. 다만 초반 포부가 드라마가 끝나는 지금도 유지되는지는 미지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김수현보다 오히려 서예지의 활약이 돋보인 드라마다.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서예지와 투톱 호흡…엇갈린 반응
사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김수현보다 오히려 서예지의 활약이 돋보인 드라마다. 서예지가 맡은 동화작가 고문영은 비주얼부터 워낙 강렬하고, 주변 캐릭터에 전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인 만큼 김수현과의 차이가 뚜렷했다. ‘김수현의 로맨스’를 기대하면서 작품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수현은 드라마 내내 묵묵히 제 몫을 해냈다.
김수현은 촬영 중반부터 극의 배경인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강행군을 이어갔다. 제작진이 초반 촬영에 공을 들인 탓에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중반부로 가면서 시간에 쫓기듯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환경에 ‘사전제작’이 안착했지만 김수현 등 배우들은 잠을 쫓아가면서 강행군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론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도 있다. 최근 제기된 중국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김수현의 주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 한류에 뜨거운 불을 다시 지핀 핵심 주역인 김수현의 주연작인 만큼 한한령 완화가 만약 현실화된다면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그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이번 복귀작으로 인해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타이틀은 다소 어색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김수현을 향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의 러브콜은 여전하다. 다만 차기작을 선정하기까지 그의 신중한 성향으로 인해 당분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한 영화사의 대표는 “김수현은 한류 톱스타로서의 위치가 확고하고, 작품 성공 여부를 떠나 어떤 역할을 맡아도, 어떤 장르에 출연해도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이기 때문에 여전히 캐스팅 1순위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