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지율의 역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통합당에 대한 보수층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5%p 빠진 반면, 진보층에서의 통합당 지지율은 5.1%p 증가했다. 또한 지역별로 보면 광주, 전라 지역에서 전주 대비 통합당 지지율은 7.9%p 빠진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5%p 빠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
먼저 이번에 통합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은, 진보 혹은 중도층이 통합당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보수층의 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은 빠졌지만, 통합당 전체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국민 개개인의 이익침해 문제는 이념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부정적 영향력이 이념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의 여론조사들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정치적 판단과 방향성이 그리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보수층은 김종인-주호영 체제의 노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보수의 가치에 대한 강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보수층의 부분적 이탈 현상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수층의 이탈보다 진보 혹은 중도층의 유입이 더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지율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 할 때, 김종인-주호영 체제의 노선과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지율 관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정도가 통합당의 지지율 하락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정치적 의식수준이 비교적 높은 호남에서도 그동안 여권이 보여준 ‘수(數)의 정치’가 ‘민주적’으로 비치지 않았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도, 통합당이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 국민들은 피해자와 약자에 대해서는 힘을 실어주려는 경향이 유독 강한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 역시 지지율 역전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9%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간 것이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국민들은 현재 집권 세력을 향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임덕이란, 첫째 대통령 지지율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많고, 둘째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앞서고, 셋째 여당의 지지율이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앞서는 현상,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때를 의미한다. 현재까지는 두 가지가 나타났다. 아직 레임덕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왔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 정권의 레임덕이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권력 역시 자연 현상처럼, 태어나고, 성숙하고, 노화를 겪다가 결국 사라지는 과정을 겪는다. 현명한 정권은 이런 권력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억지로 젊어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현 정권이 어느 정도 현명한지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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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