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 가다듬고 구속 높여 과감히 몸쪽 승부…낯선 홈구장 부담, 외로운 호텔생활에도 ‘긍정 마인드’
류현진은 최근 2경기에서 개막 직후 부진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류현진이 첫 승을 거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과 아쉽게 2승을 놓친 마이애미 말린스전을 복기하며 류현진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과 두 번째 등판인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류현진은 머리카락을 짧게 정리하고 나선 애틀랜타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커터가 밋밋한 슬라이더가 되는 바람에 장타를 허용했던 류현진은 애틀랜타전을 준비하며 커터를 좀 더 세심히 가다듬고 마운드에 선 덕분에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1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의 소득이라면 구속이다. 6.0이닝 2피안타 1실점 2볼넷 7탈삼진을 기록했음에도 불펜진의 방화로 시즌 2승 수확에 실패했지만 패스트볼 최고 구속을 약 148km(91.9마일)까지 끌어올리면서 몸쪽 높은 코스에 해당 구종을 집중시켰고, 덕분에 헛스윙 비율이 26%나 나왔다. 평균자책점도 5.14에서 4.05로 크게 낮췄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미리 게임 플랜을 만든 후 상대 타자에 맞춰 승부를 펼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그걸 이용해 과감히 몸쪽 승부를 펼친 게 주효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마이애미 말린스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임시 홈구장인 뉴욕주 버펄로의 샬렌필드 첫 번째 경기로 펼쳐졌다. 류현진으로선 생소한 야구장,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에이스답게 위기를 기회로 잡아갔다. 두 경기 연속 볼넷 비율이 늘어난 건 다소 아쉽지만 이 또한 다음 경기에서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아내와 갓난아기가 한국으로 돌아간 터라 혼자 호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대중 시설 이용이 어렵고 식사도 호텔 방에서 혼자 시켜 먹어야 하는 등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 혼자만 어려운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특수한 환경에서 감당해야 하는 생활”이라며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류현진은 자신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 경기가 취소가 이어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을 먼저 챙겼다고 한다. 가족 없이 홀로 오랜 시간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후배 김광현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와 함께 서로 코로나19 조심해서 시즌 잘 마무리하자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