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설 휴학설… ‘숨을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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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교내 화장실과 여학생휴게실에서 벌어진 일로 한순간의 실수로 잊힐 수도 있었지만 당시 상황이 상세히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일파만파로 퍼져 큰 파장을 낳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최초로 글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미화원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자신을 미화원의 딸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어머니가 경희대학교 여대생에 의해 비참한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됐다. 지난 한 주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경희대 패륜녀’ 논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아줌마, (먹다 남은 우유) 이거 왜 안 치워?”
“학생, 왜 그렇게 말을 해?”
“(욕하며) 아줌마 맞고 싶어?”
“나 사과 받아야겠어. 난 너랑 똑같은 사람 되기 싫어서 욕 안하는 거야.”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경희대 패륜녀’ 사건의 일부 내용이다. 게시판 내용에 따르면 13일 미화원 아주머니는 교내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다 한 여학생에게 ‘왜 저 우유곽은 버리지 않느냐’ ‘그게 아줌마가 할 일 아니냐’는 무례한 말을 들었다. 화가 난 이 아주머니는 사과를 받기 위해 그 학생이 있는 여학생 휴게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사과는커녕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서 각종 폭언과 심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
교내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자신을 미화원 아주머니의 딸이라고 밝힌 여학생이 15일 사건의 전말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부터다. 그는 “태어나서 가장 비참한 순간이다. 딸뻘되는 학생에게 모욕을 당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네티즌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이 글은 삽시간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자작극이 아니냐’ ‘과장된 일이다’ 등 글의 진위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5월 17일) 목격자가 인터넷 상에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사건이 실제 상황임이 입증됐다. 해당 여대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목격자가 올린 녹취록에는 “이 XX가 정말 맞고 싶나” “그렇게 살지 말고 이거 치우고 꺼지세요” 등 게시물에 담긴 내용보다 수위가 더해진 폭언이 담겨 있었다.
경희대 측은 처음에는 ‘경희대 재학생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물론 학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진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CCTV를 통해 해당 학생을 찾아냈다. 피해를 당했다는 미화원 아주머니와도 직접 만나 녹취 내용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5월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주머니가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할 뿐 징계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며 “이에 따라 학교 측의 처벌은 없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여학생회 역시 “사건이 벌어졌던 학교 청운관 1층 게시판에 현재까지의 진행 경과를 알리는 대자보를 붙여 여러 경로 끝에 해당 학우를 수소문해 찾았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는 이어 “그 학우의 부모님이 해당 미화원을 찾아 사과를 드렸고, 이어 그 학우도 20일 저녁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고 전했다.
최초 게시물을 올렸던 여학생도 “본인에게 직접 사과를 받았으니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입장을 밝혔다.
해당 학생의 사과 이후 사태는 일단 더 확산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경희대에도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재학생 김 아무개 양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 학생에 대한 정보가 돌고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은 괜히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 같다고 푸념하면서 그 학생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고 있다. 또 그 학생이 곧 자퇴 혹은 휴학할 것이라는 낭설도 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계속해서 해당 학생의 신상 정보를 추적하면서 경희대 홈페이지에 ‘단순히 사과가 아닌 처벌을 해야 한다’며 징계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