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비호” “사실무근 억지”
▲ 서울 강남 대치동 샹제리제센터.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풍원개발은 온갖 부정·비리 사실을 파헤쳐온 나를 몰아내기 위해 음해를 일삼고 급기야 대신증권 직원이 동원된 불법적인 총회를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신임회장을 선출했다. 또한 부당하게 높은 관리비를 부담시킴으로써 건물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안기고 있다. 이는 가족회사인 대신증권의 비호와 결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샹제리제센터 소유자대표회의 K 회장은 풍원개발의 비리 및 비도덕적인 행각에 대해 폭로했다. K 회장은 또 풍원개발과 대신증권이 비도덕적인 결탁을 통해 대신 일가가 빌딩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2008년 3월 소유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된 K 회장은 관리비 부과 내역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빌딩 관리회사인 풍원개발 직원들이 저지른 광범위한 비리행각을 알게 됐다고 한다. 풍원개발 샹제리제센터 관리실 관리부장과 관리소장이었던 이들이 파지수거업무와 주차비 수령, 공유면적 임대, 관리비 등 빌딩 내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횡령해온 정황을 포착됐다는 것이다. 초기 일부 직원들의 비리문제로 불거진 이 사건은 K 회장을 필두로 한 대표회의 측이 ‘풍원개발은 대신증권에게 편의를 제공해 입주자들에게 관리비 부담을 가중시켜왔고, 대신증권은 풍원개발의 빌딩 관리권을 유지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샹제리제센터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풍원개발은 대신증권 창업자인 양재봉 회장의 맏며느리인 문홍근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전국에 있는 100여 개의 대신증권 본·지점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즉 풍원개발 문 대표와 양 회장의 둘째 며느리인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은 동서지간으로 대신증권은 빌딩 지분 48%를 보유한 상태다.
풍원개발은 일부 직원들의 비리와 투명하지 않은 건물관리행정 및 회계처리 부분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일부 입주자들과 마찰을 빚어왔는데 빌딩관리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신증권에 압력을 가해 지분을 분산하는 방법으로 대신증권 의결권을 늘려 빌딩 관리권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입주대표회의 S 이사는 “그간 풍원개발은 대신증권에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입주자에게 부담을 지워왔다. 대신증권이 빌딩을 임대하면서 발생되는 공동전기료 및 공동수도료가 입주자들의 관리비에 공동으로 배분되어온 사실 등을 알고 풍원개발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증권은 풍원개발을 위해 샹제리제빌딩 관리 사무실을 그들의 연수원으로 등록하고 풍원개발에 10년 이상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으며, 입주자와 별도의 관리비 계약을 맺어 일부만 풍원개발에 납부하고 일부는 자신의 수입으로 취하는 등 동서지간에 상호협력을 통해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 대신증권 창업주의 딸이 사실상 운영하는 샹제리제 뷔페 웨딩홀과 휘트니스센터도 풍원개발이 관리비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거나 입주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K 회장은 지난 3월 25일 열린 총회는 풍원개발과 대신증권의 결탁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풍원개발은 자신들의 비리를 조사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내가 못마땅하고 추후 수탁관리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풍원개발은 자신들의 비위 및 부조리가 드러날 것을 막기 위해 나를 회장에서 몰아내기로 했다. 지난 3월 25일 회장인 나와 임원들에겐 통보하지도 않고 자신들끼리 총회를 열어 새 회장으로 류 아무개 씨를 선출했다. 류 씨는 대신증권 창업주의 큰 아들이자 문홍근 대표의 남편인 양회천 풍원개발 회장의 지인이다. 그는 2009년 9월 2일 사무실 한 칸도 아닌 2평의 지분을 취득해 입주자를 대표하는 회장이 됐다.”
K 회장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는 “대신증권이 왜, 무엇 때문에 풍원개발을 두둔하고 온갖 편법을 쓰면서까지 풍원개발이 빌딩 관리를 맡도록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높은 관리비를 매겨 입주자들에게 건물가치를 떨어뜨려 대신증권이 빌딩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K 회장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풍원개발은 공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풍원개발은 “K 회장이 샹제리제센터 소유 및 입주자들에게 주장하는 일련의 내용들은 모두 허위”라고 못박은 뒤 “우리는 오히려 K 회장의 비리나 부도덕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풍원개발 관리소장 A 씨 역시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K 회장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억지라고 반박했다. “풍원개발은 말 그대로 빌딩관리만 할 뿐 관리권에 일체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개입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도대체 K 회장이 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K 회장이 문제삼는 관리비 건도 공인회계사의 감사 및 심의를 거쳤고, K 회장의 최종 결재하에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있다면 결국 K 회장 책임 아니겠나. 관리 시스템상 관리비 책정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없고, 만에 하나 부당한 일이 이뤄졌다면 수많은 입주자들이 가만있겠나.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못 박았다.
A 씨는 또 “비리를 저질렀다고 고소한 풍원개발 직원 두 명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조사결과 무혐의로 나왔다. 그런데도 풍원개발을 두고 비리를 일삼는 부정한 회사라고 매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 지난 3월에 열린 총회의 효력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