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꽃뱀 ‘장양’ 본색은 ‘최군’
지난 4월 7일 혜화경찰서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성을 성매매를 미끼로 유인한 후 지갑을 훔친 혐의로 장 아무개 양(16)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2 대 1’ 성관계를 조건으로 또래 여자친구 한 명을 대동하고 신림동의 모텔로 간 장 양은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검거된 장 양은 160㎝의 키에 왜소한 체형을 지닌 소녀였다. 장 양은 검거 당시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청치마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경찰은 입감 당시 장 양의 가족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보냈으나 도통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4월 초 아무 의심없이 장 양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후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장 양은 5명의 여성 수감자들이 있는 방에 수감됐다.
그런데 장 양이 수감된 지 23일이 지난 4월 말,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검찰관계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여자로 알았던 장 양이 뜻밖에도 ‘남자’로 드러난 것이다. 조사 당시 주민등록이 없는 장 양의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 경찰청에 감식을 의뢰해 뒀던 경찰이 ‘장 양의 지문과 일치하는 남성의 지문이 경찰청에 보관돼 있다’는 뜻밖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확인결과 장 양이 경찰에서 밝힌 자신의 신분은 모두 거짓으로 그녀는 장 양이 아닌 최 아무개 군으로 드러났다. 이전에 절도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최 군의 지문이 경찰청에 보관되어 있던 탓에 지문대조를 통해 뒤늦게 진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조사결과 중학생 때부터 성 정체성 혼란을 겪어왔던 최 군은 10대 소녀들과 함께 가출생활을 하며 여장남자로 살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겉모습만 봐서는 당연히 여자로 인식되어 무려 23일 동안이나 여자감방에서 여성 수감자들과 생활했던 최 군은 지난 4월 30일 남자 수용동으로 이감됐다. 최 군에게 깜빡 속아넘어간 검찰도 뒤늦게 피의자 인적사항과 성별 등 공소장 내용을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어야 했다.
놀라운 것은 A 씨의 범행이 비단 B 씨 한 사람에게만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조사결과 드러난 피해 여성만도 10명으로 신혼집 마련비용과 패물비용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A 씨가 챙긴 돈은 무려 1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여러 곳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뒤 업체로부터 소개받은 50~60대 독신여성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여성들에게 육군장성 출신 재력가로 행세하며 ‘결혼’을 빌미로 여성들을 농락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여성들을 또 한 번 울린 것은 A 씨의 신분이 모두 가짜였다는 사실이다. 조사결과 그는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든 사기전과 14범의 수배자였던 것. 특정 직업이나 수입도 없었던 A 씨는 가족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인물이었다. A 씨는 체포되는 순간에도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60대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5월 10일 가출소녀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을 일삼은 택시기사 김 아무개 씨(54)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승차한 박 아무개 양(15)이 가출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년 6개월 전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던 김 씨는 박 양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고 노래방과 유원지 일대를 데리고 다니고 밥과 술을 사주는 등 환심을 샀다. 그리고 숙식 제공을 빌미로 박 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였다.
하지만 김 씨는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김 씨는 박 양을 성폭행하고 “주변에 소문내겠다”고 위협해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는 박 양의 친구들까지 하나하나 집으로 불러들였다. 가출한 뒤 특정한 거주지도 없이 지내던 가출소녀들에게 김 씨는 ‘수호천사’나 다름없었다. 김 씨의 호의와 친절한 태도에 속은 소녀들은 아무 의심 없이 김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내 돌이킬 수 없는 악몽 같은 일을 당해야 했다.
김 씨는 박 양과 친구들에게 변태적인 ‘나체신고식’을 요구하고 성폭행을 일삼았다. 감금된 소녀들은 김 씨의 협박에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지난 4월 초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13~16세의 가출소녀 9명을 상대로 34회에 걸쳐 유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