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 사상 최대…개인투자자 모험 부추긴다는 지적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 빌려주는 돈이다. 매수한 증권이 담보가 된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 가치를 위협하면 증권사는 자동적으로 반대매매를 시행해 자금을 회수한다. 돈 떼일 위험이 신용대출보다 크지 않다. 그럼에도 연 이자율이 적게는 4%, 많게는 10%가 넘는다.
심지어 빌려주는 돈도 증권사 돈이 아니다. 다른 고객이 맡긴 돈, 투자자예탁금이다. 증권사들은 이 돈에 평균 연 0.5% 이하의 이자를 지급한다. 그런데 증권사가 이 돈을 증권금융에 맡기고 받는 이자는 연 1.5%가량이다. 1%포인트(p) 이상의 차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셈이다. 예탁원에 맡기지 않는 돈은 신용융자 자금으로 운용한다.
온라인주식거래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을 예로 들어 보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6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60억 원 대비 31% 급증했다. 투자자예수금(6조 5968억 원) 조달비용은 연 0.36%이고, 예탁금(4조 9540억 원)에서 얻은 이자율은 1.25%다. 금리차는 0.89%p. 신용공여금(2조 393억 원) 금리로는 평균 연 8.75%를 받았다.
5년 전인 2015년 반기 말과 비교해 보자. 5년 전 투자자예수금에 지급하는 이자율은 연 0.76%, 증권금융에 맡길 때 지급받는 이자율은 1.98%이다. 금리차는 1.22%p다. 신용공여 이자율은 9.85%.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2015년 6월말 4.46%에서 올 6월 말 2.93%로 1.53%p나 하락했지만 신용융자 금리는 1.1%p 하락하는 데 그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이나 신용융자 금리 모두 기준금리 등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된다. 하지만 최근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예탁금 금리는 빠르게 내린 반면 신용융자 금리는 발걸음이 더디다. ‘주식거래 수수료 0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증권사들이 최근 증시 활황으로 ‘떼돈’을 버는 이유다. 지난 8월 18일 고객예탁금은 50조 원을 넘어 51조 원까지 돌파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16조 원을 넘어섰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신용융자에 8.75% 이자율을 적용하면 이자수익 연 1조 4000억 원 시장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