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 해나·리미트리스 윤희석·아이러브 신민아…활동 중단 속 소속사도 휘청 ‘쌓인 불만 필터 없이 폭발’
8인조 걸그룹 ANS는 막내 멤버 해나의 ‘집단 괴롭힘’ 폭로가 먼저 터져나왔지만 남은 멤버들이 소속사를 겨냥한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반전되기도 했다. 사진=ANS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최근 논란이 된 것은 걸그룹 ANS의 막내 멤버 해나의 폭로였다. 해나는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어요?” “진짜 사람이긴 한 걸까, 나도 이젠 죽었다 깨어난 이상 무서울 것 없다” “내가 조용히 죽어버리면 아무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인들은 사람이라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들며 살겠지 싶다”고 멤버들과의 불화를 폭로했다.
해나는 지난해 8월 데뷔한 ANS에 같은 해 12월 추가로 합류했다. 일반적으로 그룹의 규모를 막론하고 ‘원년 멤버’가 아닌 추가 멤버들은 그룹 안팎으로 불화설에 시달려 온 바 있다. 그렇기에 해나의 폭로도 앞선 선배 그룹들이 그랬듯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리더인 로연을 비롯해 리나, 담이, 제이, 비안, 라온, 달린은 지난 20일 공식 팬 카페에 입장문을 올려 그간의 사태를 정리했다. 멤버들은 “해나를 제외한 저희 전원은 지난 8월 11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고한 상태”라며 “소속사가 올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거의 모든 직원들을 퇴사시켜서 저희들을 관리해주는 직원은 물론 매니저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사무실 역시 지난 6월 14일 폐쇄됐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식 활동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지난 7월 2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회사에 최고서를 보내 소속사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소속사 측에서 한 멤버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 ANS 아이들 중 인성 좋은 애들만 데리고 가려고 현재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쓰레기로 만들어버려서 이 바닥에서 아무 것도 못하게 하겠다. 집에서 완전히 우울증 같은 병 걸려서 아무 것도 못하게 하겠다”는 등 폭언을 했다는 것.
멤버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해나가 폭로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해 그의 폭로에 소속사가 관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회사가 미성년자 멤버인 해나에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오히려 멤버들이 그를 돌봤고, 활동 당시 어떤 불화가 없었음에도 이 같은 폭로 글이 올라온 것이 수상하다는 것이 멤버들의 이야기다. 다만 해나의 폭로 글과 멤버들의 입장문은 현재 모두 삭제됐으며, 그들의 소속사인 ANS엔터테인먼트 측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데뷔한 보이그룹 리미트리스의 멤버 윤희석은 멤버들과 불화와 소속사의 방관을 주장하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보다 앞서는 보이그룹 리미트리스의 멤버 윤희석이 지난 5월 인스타그램에 그룹 탈퇴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힙통령’ 장문복의 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리미트리스는 지난해 4인조로 데뷔 후 중국인 멤버 2명을 추가해 6인조로 활동해 왔다. 윤희석의 탈퇴 소식이 보도된 당시 소속사인 오앤오엔터테인먼트는 “소속사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사실무근을 주장한 바 있다. 또 윤희석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희석은 지난 8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멤버들과 불화가 있었고 언어폭력 등을 당했으나 소속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했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을 앓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앤오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윤희석의 본인의 SNS에 게재한 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그의 탈퇴 사유는 사생활 부분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멤버들의 불화 또는 소속사의 방조 때문이 아닌 윤희석 개인의 문제로 탈퇴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에 나서면서, 결국 이 문제 역시 소속사와 개인 간 분쟁으로 정리됐다.
걸그룹 아이러브의 신민아는 멤버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사진=신민아 인스타그램 캡처
일반적으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아이돌그룹과 소속사 간 갈등이 불거지는 일은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현재 활동 중인 그룹의 멤버들이 폭로를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약 없이 활동을 중단하게 된 상황이 멤버들이 불만을 폭로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최근 활동을 중단한 한 아이돌그룹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사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운데 이제까지 나온 폭로 관련 일들을 안 겪어본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활동했다면 소속사는 이 같은 불만을 호소하는 멤버들을 학업이나 진로 문제를 이유로 빠르게 교체하거나 계약상 비밀 유지를 내세워 입을 막았을 텐데 코로나19로 활동 중단은 물론, 아예 소속사의 존폐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은 주기적으로 멤버들이 교체 또는 충원될 정도로 멤버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0년임에도 2000년대 마인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멤버들을 침묵시킬 정도로 소속사에 여전히 힘이 있었다면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대중들 관심을 받았겠나. 코로나19의 역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