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글발’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양용은. |
<골프다이제스트>와 설전
얼마 전 양용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유력 골프기자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을 널리 알렸고 그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해당발언을 한 기자와 매체로부터 사과를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15일 양용은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골프전문잡지 <골프다이제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 댄 젠킨스의 발언을 올렸다. 젠킨스는 마스터스 기간 중 자신의 트위터에 ‘양용은이 선두와 3타 차다. 어젯밤 양용은에게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양용은의 미국 발음(Y E Yang)이 한 중국음식점의 상호와 비슷해 이를 빗대 양용은을 깎아내린 것이었다. 양용은은 당연히 불쾌해했고 양용은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미국 내 아시아인들은 폭발했다. 그들은 <골프다이제스트>에 이메일과 엽서를 보내 젠킨스의 글을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규정하며 “공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트위터에서 센스쟁이로 유명한 양용은도 중국대회에서 열린 볼보차이나대회 출전 기간에 젠킨스를 겨냥해 다시 트위터에 ‘이 사건으로 아시아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미국의 아시아계 단체들이나 비정부기구들이 이 같은 인종차별주의와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 ‘젠킨스. 그런데 나는 중국에 있다.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약 15억 명’이라며 재치 있게 꼬집기도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양용은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곤경에 처한 골프다이제스트 측은 “농담”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젠킨스도 문제가 됐던 자신의 글을 삭제하고 양용은에게 직접 사과했다. 양용은의 트위터질이 가장 영향력 있는 골프잡지와 대표 칼럼니스트를 혼내준 사건이었다.
유머러스한 글 눈길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양용은의 트위터는 이미 미국 내에서 조용한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그의 트위터 사용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양용은의 열렬한 트위터팬이기도 한 의 질 페인터 기자에 따르면 타이거 우즈도 무시하지 못하는 AP의 골프전문기자 덕 퍼거슨 등 저명한 골프기자들도 양용은의 팔로어라고 한다. 트위터를 하는 프로선수가 많지만 단연 양용은이 인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양용은의 트위터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재치 있는 글과 진솔한 생활 속의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 양용은의 트위터(http://twitter.com/Y_E_Yang). 영어와 한글로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또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 때는 ‘내일 프로암 티오프가 (오전) 6시45분이다. 젠장~’ ‘앙헬 카브레라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와이프가 통역해주겠지~’ 등 재치 만점의 글을 생중계했다.
양용은 어록까지 등장
한국 제주도에 열린 밸런타인챔피언에 출전한 지난주에도 양용은은 ‘오늘 버디 적중률 100%의 하루였습니다. 1번 홀만 쳤거든요.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이렇게 놀고 있네요. 내일은 35홀 마쳐야 하는데(4월 23일)’ ‘지금 가족과 친구들과 저녁 식사 중입니다. 대회 측에서 친절하게도 발렌타인 위스키를 선물해 줘서 한모금만 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 - 이보다 더 좋은 배합이 있을까요. 시합 후 조금 마셔야 겠습니다(4월 24일)’ 등 양용은의 트위터 질은 계속됐다.
양용은은 한글뿐 아니라 영어로도 글을 올린다. 오히려 한글보다 영어가 더 많다. 지난 3월 디펜딩챔피언으로 참가한 혼다클래식 때는 매니저를 통해
‘yesterday PGA had ceremony for YE - they asked his fav female athlete - YE said: the only woman in my life is my wife(어제 PGA 사무국이 양용은을 위해 간단한 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운동선수를 물었는데 양용은은 나에게 여자는 아내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양용은의 트위터에는 미국기자는 물론이고 존 댈리, 이안 폴터 등 다른 유명골퍼도 팔로우를 하고 있다.
이처럼 양용은의 트위터가 화제가 되자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네이버 아이디 ‘장비프로님’은 지난 6일 자신의 카페에 ‘센스쟁이 양용은 프로 트위터’라는 글에서 ‘오늘 우연히 트위터를 하다가 양용은 프로도 트위터를 한다는 걸 알고 얼른 팔로우했습니다. 그동안 올린 글을 쭉 보는데. 뭐랄까 친근한 느낌, 인간적인 모습 이런 게 눈에 많이 띄어서 혼자 많이 웃었습니다. 왠지 타이거 우즈는 너무 완벽하고 얼음같이 차갑고, 그런 느낌이잖아요’라며 양용은의 트위터 어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매일 10분 정도씩 매니저와 트위터에 대해 얘기를 한다. 너무 재미있다. 골프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가까이 간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트위터 질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