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연장 특혜시비 우려 새 사업자 공모 방침…업계에서 연루 의혹 제기 정치권 인사 “누굴 도와줄 힘 없어”
스카이72 골프클럽. 사진=스카이72 홈페이지 갈무리
2006년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364만여㎡에 대해 15년간 임대차계약을 맺고 골프장을 조성했다. 계약은 올 12월 만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2021년부터 제5활주로를 건설할 계획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임대차 기간을 뒀다. 스카이72는 임대료로 연간 하늘코스 60억 원, 바다코스 90억 원 등 150억 원가량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지급해왔다.
문제는 제5활주로 착공이 불투명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제5활주로에 앞서 현재 공사 중인 제4활주로는 2024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제5활주로 건설은 2024년 이후 검토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동남권 신공항이 생기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선이 줄어들 수 있기에 제5활주로 건설은 사실상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스카이72 임대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5월 11일 “스카이72 골프장 임대계약을 올해 연말에 종료할 것”이라며 “향후 법과 원칙에 근거한 공정하고 투명한 후속 절차 속에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카이72 골프장을 기존의 임대계약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현재의 사업자를 퇴출시키겠다는 통보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건축한 골프장과 부대시설 등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뒤 공개입찰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카이72와 맺은 실시협약서에 임대기간 연장에 대한 내용이 없는 데다 우선협상권도 명시돼 있지 않아 임대기간 연장 계약이 자칫 특혜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2002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실시협약 협상을 할 당시 공항시설 설치 목적으로 골프장 부지를 인계 및 철거할 경우 원상복구가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철거비용은 약 1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스카이72는 160억 원을 내고 부지를 원상복구한 뒤 사업을 접으면 그만이다.
이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해마다 받아 온 임대료 150억 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원상복구된 부지에 새로운 골프장 사업자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2021년부터 제4활주로 완공 시기로 추정되는 2024년까지 건설 기간 1년 정도를 제외하고 골프장 운영 가능 기간이 3년가량에 불과한 까닭이다. 제5활주로가 지어지지 않으면 영업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스카이72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 공유 수면 매립 및 골프장 건설에 들인 돈은 2000억 원 수준. 스카이72 연매출 규모는 700억 원, 영업이익은 80억 원 선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지에서 골프장을 3년 운영해 벌 수 있는 영업이익은 240억 원가량인 셈이다. 240억 원을 벌기 위해 스카이72가 원상복구한 부지에 2000억 원을 들여 골프장을 새로 지을 사업자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즉,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러한 행보는 스카이72가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놔둔 채 영업을 종료한다는 걸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천문학적인 위험부담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스카이72가 퇴거당할 경우 소송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스카이72가 나간 뒤 지상물 가치 등을 돌려 달라는 요구와 토지 가치 상승 등에 따른 유익비 상환을 청구하는 소송에 돌입하게 되면 각각 약 630억 원, 약 880억 원 등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위험부담금으로 책정된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5활주로 착공이 현실화되면 철거비 160억 원도 떠안아야 한다.
끝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을 그대로 가져갈 경우 시설물 소유권 이전에 따른 세금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자체 추산으로는 약 300억 원, 스카이72의 추산으로는 766억 원 선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행대로 일을 처리하고 소송에서 질 경우 물어줘야 할 금액이 보상금 최대 약 1670억 원, 세금 등 부대비용 최대 약 766억 원 등 2436억 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연루돼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유력 정치인이 특정인에게 스카이72 골프장 운영권을 넘겨주려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그 골자다. 실제 한 사정기관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있었던 A 씨와 문재인 정부 여권 인사 등이 골프장 사업에 관심이 많은 중견기업 대표 B 씨에게 스카이72 사업권을 넘겨주려 힘을 써주고 있다는 첩보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견기업 대표는 현재 골프장 여러 곳을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나는 누굴 도와줄 힘이 없다”며 “그 양반(B 씨) 지금 골프장 3개 잘하고 있다. 도와주고 말고 할 게 없다. 스카이72는 계약이 끝나서 입찰 공고가 나올 거다. 전국의 골프장 사업자 100~150곳에서 입찰할 거다. 전국 골프장에서 스카이72를 눈독 들이는 중이고 서로 운영하려고 난리”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0일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부지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과 법적절차 진행을 중단시켜 달라”는 내용의 고충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7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한 행정절차를 가급적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체결한 실시협약서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실시협약서에 스카이72 골프장의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