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노래’(김수업 저·휴머니스트·2020) 등 7개 분야 7종
‘책나눔위원회’ 9월의 추천도서 7권
[전주=일요신문] 문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28일 ‘백석의 노래’(김수업 저, 휴머니스트, 2020) 등 7종의 ‘9월의 추천도서’를 발표했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책나눔위원회’는 양질의 신간도서를 발굴하고 다양한 도서 선택지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매월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추천사와 함께 소개한다.
‘9월의 추천도서’는 ‘퀸 메릴’(에린 칼슨 저/홍정아 역, 현암사, 2020), ‘도시로 보는 유럽사’(백승종 저, 사우, 2020),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추지현 외, 돌베개, 2020),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최우리 저/어반비즈서울 감수, 나무연필, 2020),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조아라 저, 마티, 2020), ‘나의 과학자들’(이지유 저, 키다리, 2020), ‘백석의 노래’(김수업 저, 휴머니스트, 2020) 등이다.
추천위원으로는 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교수), 김경집(인문학자), 김서정(동화작가), 송현경(내일신문 기자), 이준호(호서대 교수), 송기원(연세대 교수), 정여울(작가) 등이 참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출판진흥원 홈페이지나 독서IN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학분야 - 정여울 ‘헤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퀸 메릴
메릴은 어디서나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든 것을 연기 속에 불사르는 배우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는 오직 평범한 사람의 길로 다시 돌아오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메릴의 모습은 우리에게 ‘비울 줄 아는 용기’를 가르쳐준다.
타인의 시선에 중독된 유명인사가 아니라 오직 나의 삶 자체에 꾸밈없이 충실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오직 지금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른 배우일 뿐 아니라 반핵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수많은 사회운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단지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 아름답게 연주하는 힘을 지닌 사람, 메릴 스트립. 세상 모든 존재들이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는 메릴의 강인하고도 지혜로운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눈부신 영감을 전해준다.
▲인문예술 분야 - 김경집, 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도시로 보는 유럽사
역사가 백승종은 믿고 보는 저자다. 그는 폭 넓은 지식과 깊은 안목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역사를 소환하여 우리의 삶을 성찰하도록 해준다. 그에게 역사는 늘 ‘지금, 여기’에 대한 반성적 사유로 연결된다. 이 책에서 백승종은 유럽의 18개 도시를 충분히 사전 탐사하고 여러 날 한 도시에 머물며 그곳에서 현지의 동료 학자와 함께 탐방하고 대화하며 느낀 소회를 충실하게 담았다.
달달한 기행문이 아니라 통찰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그의 글은 튼실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사유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 결들이 켜켜이 박혀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움과 더불어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코로나19로 당분간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오히려 이런 공간과 시간의 탐구를 누리는 즐거움은 작은 행복이 될 것이다. 관광지와 건물 기행이 아니라 사유의 자유로운 유영(遊泳)을 함께 누려보기 알맞춤한 책이다.
▲사회과학 분야 - 이준호,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마르크스가 말해주는 것들
인류사가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나눠질 것이라는 농담이 우습지 않은 요즘이다. 때로는 감지조차 어려운 인류의 역사라는 거시적 흐름은 물론이고 작은 지류인 우리의 일상, 그 미시적 경험 역시 심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마’를 넘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한 현재를 해석하고 불연속적 미래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회,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거대한 담론은 전 세계적 보편성의 영역이 된 팬데믹의 양상 하에 의미가 크다.
하지만 범위를 좁혀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이 존재하는 사회적 특수성의 맥락 하에 어떻게 기능하고, 어떠한 과제를 제시하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코로나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모습의 사회학적 에세이다. 짚어봐야 할 일상 속 코로나, 코로나 속 일상의 겉과 속을 진지하게 다뤘다.
▲자연과학 분야 - 송기원, 연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
더운 여름을 지나며 이번 달에는 너무 어렵거나 무거운 과학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과 가까운 과학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 얼마 전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어느 연예인이 반려동물로 집에서 꿀벌을 키우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되었다.
수업시간에 전 세계적으로 벌이 급격히 줄고 있어 인류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가르쳤지만 벌을 어떻게 키우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도시에서 벌을 키운다는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연예인은 서울 근교에 살면서 꿀벌을 키우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도시에서도 꿀벌을 키우고 양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덤으로 기능으로 분화되어 있는 다양한 벌과 그들이 함께 만드는 꿀벌의 사회에 대한 생태적 지식과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자로 도시양봉을 취재하러 나섰다가 양봉의 세계에 입문한 저자가 실제로 2년 동안 서울 한복판에서 벌과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벌과 꿀과 꽃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벌을 키우는데 마음을 다하면서 자신의 내면이 치유되는 저자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벌통 준비부터 꿀 수확까지의 양봉 과정을 무지한 독자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실용적 지식을 알려주는 현실적인 책이기도 하다.
▲실용일반 분야 - 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몰래 서로 몸을 보여주며 노는 몸놀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모들은 당황하고 만다. 자녀가 2차 성징을 하는 청소년기에 이르면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숙제하듯 ‘몸을 잘 지켜야 한다’고 결론짓는 성교육을 한다. 추천하는 책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는 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성교육에 대한 책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성교육 강사인 저자는 아이를 기르면서, 성범죄자, 성범죄 피해자, 청소년 등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자녀의 몸놀이에는 “엄마도 같이 할까”라고 반응하면 어떨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과외가 성행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 곁에 있는 양육자가 성에 대해 진지하고 실질적으로 조언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미래 세대가 성범죄의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성장하지 않으려면 올바른 성교육은 필수다. 이는 청소년들이 젠더 감수성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림책/동화 분야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나의 과학자들
어린이 과학책이 쏟아지지만 대다수가 외국 책이고 좋은 창작은 찾기가 어렵다. 그런 가운데 눈에 번쩍 띄는 책. 국내 어린이 과학 논픽션 분야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자신의 삶의 과정에서 만나고 영향을 받은 여성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도 직접 배운 실크스크린으로 그들의 초상에 자신의 심상을 얹어 보여주는 얼굴들이 일품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마리 퀴리의 사진을 제쳐두고 작가는 온갖 자료를 뒤진 끝에 단체사진 한 귀퉁이의 작은 얼굴을 끌어내왔다. 그렇게 찾아낸 얼굴들은 독자에게 뭔가 개별적인 말을 건넨다. 작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의 경우는, 리제 마이트너였다.
스스로 과학에는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과학이 인생의 지표가 되고, 과학자가 삶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주는 책. 칠판 앞에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찻잔 앞에 놓고 하하 웃으며 옛이야기 들려주듯 하는 작가의 말투로 29인 여성 과학자의 삶을 들여다보자.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일 것이다.
▲청소년 분야 - 최시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작가
백석의 노래
말을 사용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것을 기르는 방식이다. 항상 쓰고 있어도 ‘고급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면 합리적인 방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낱말 익히기인데, 한국 사회는 그에 대한 인식이 무디다. 가령 영어를 공부할 때는 교본에 따라 어휘 학습을 앞세우면서도 한국어 공부에서는 그러지 않는다.
이 책은 근래에 김소월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백석의 시 전편을 요즘 말로 바꾸고 해석하되, 낱말 풀이와 말뜻의 구조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이의 말을 빌면 ‘겨레 삶과 말의 곳간’인 백석의 시를 맛보면서 오늘날 잃어가는 토박이말을 발견하고 또 익히게 한다.
한국 언어예술의 정수 중 하나인 백석의 시를 감상하며 한국어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101편의 시를 발표순으로 엮었기에 시인의 마음이 흐른 자취를 따라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 데나 펼쳐 한 편씩 음미하며 한국인다운 정서와 언어능력을 발전시켜 나가기에 좋은 책이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