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문화예술인 대체복무 안 되는 현 제도 유지 결정…2002 월드컵 때처럼 특별법 만들자는 의견 눈길
BTS의 군 입대를 두고 병역특례의 형평성 논란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사진=‘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캡처
빌보드는 “BTS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 이래 최단 기간 빌보드 200에서 4개 앨범 1위를 달성한 가수가 됐다”고 전했다. 비틀스가 갖고 있는 기록은 1966년 7월 ‘예스터데이 앤 투데이’부터 1968년 1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까지 1년 5개월 만에 4장의 앨범을 모두 ‘빌보드 200’ 1위에 올린 기록이다. 전설 비틀스와 고작 4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리고 8월 31일(현지시각)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이로써 BTS는 빌보드의 양대 차트인 핫100과 빌보드 200의 1위를 모두 석권하는 세계적인 그룹이 됐다.
BTS의 행보는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 있으며 다음 앨범이 또 빌보드 200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고 다음 신곡 역시 발매와 동시에 핫100에 1위로 바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이 BTS의 새 앨범과 신곡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1992년생 진, 올해 군 입대 가능성
문제는 이런 BTS의 거침없는 행보가 곧 중단될 것이라는 점이다. 멤버들의 연쇄적인 군 입대 일정이 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TS 멤버 가운데 맏형인 진(김석진)은 연내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올해 연예계는 연이어 1992년생 스타들이 군에 입대하고 있다. FT아일랜드 최민환, 위너 이승훈, 비투비 임현식, 블락비 지코, 유권, 펜타곤 진호, 엑소 백현, 첸 등 1992년생 아이돌 가수들과 배우 양세종 우도환 등이 이미 입대했다.
지난 2월 4집 ‘맵 오브 더 솔: 7’ 발매 기념 글로벌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진은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만큼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BTS의 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곧 이들의 거듭된 기록도 중단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팝 음악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아미’(BTS 팬클럽)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BTS 군 입대를 두고 병역특례의 형평성 논란은 수년 전부터 불거져 왔다. ‘콩쿠르는 되고 빌보드는 안된다’ ‘조성진 되고 BTS 안된다’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18년 9월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무청의 병역특례제도 재검토 발표의 계기는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바이올린 등 고전음악 콩쿠르 세계 1등은 군 면제를 받는데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를 못 받느냐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가 발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음악이면 차별해선 안 된다”며 “국위선양 기준에서는 오히려 한류를 선도하는 대중음악이 더 큰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까지 나섰지만 대체복무 혜택 못 받아
관련 논의가 1년가량 이어지다 지난해 11월 대중문화예술인(연예인)에게는 체육·예술 분야 대체복무 혜택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2019년 11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병역 이행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이 심의·확정됐다. 대중문화예술인도 대체복무 혜택을 주자는 방안부터 기존의 예술·체육요원의 대체복무 제도를 전면 폐지하자는 안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가 결국 현행 유지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전통 음악은 콩쿠르 등 객관적 기준이 있지만 대중예술은 (기준이)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BTS는 당시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뒤였으며 최근에는 빌보드 핫100까지 1위에 올랐다. 객관적 기준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기준을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할 경우 가수가 아닌 배우는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등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BTS는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다음 신곡 역시 발매와 동시에 다시 핫100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새 앨범을 발매하면 또 다시 빌보드 200 1위를 노려볼 만하다. 1980년대 조용필이 매년 가수왕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듯 이제는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게 더 이상 놀랍거나 새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를 마치고 다시 완성체로 활동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지 아직 가늠되지 않는다. 참고로 가장 늦게 입대할 것으로 보이는 BTS의 막내 멤버 정국(전정국)은 1997년생이다.
이미 정치권까지 가세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BTS의 병역특례는 불가능해졌고 군 입대 시점은 임박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BTS의 군 입대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계속된다. 팬뿐만 아니라 음악인들, 팝 전문가들, 그리고 정치인까지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병역 대체복무제도 자체를 고치는 대신 국위선양을 근거로 한 특별법을 만들어 BTS를 군 면제해 주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특별법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례까지 거론될 정도다. 물론 BTS의 군 입대를 또 하나의 병역특혜로 바라보며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런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BTS 멤버들은 꾸준히 “국가의 부름이 오면 최선을 다해 응답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언론 앞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방송에 출연해서도 군 입대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BTS 멤버들은 당당히 이런 입장을 동일하게 밝히고 있다.
조재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