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신곡들도 공개 직후 핫100 1위 가능성 커…이제 ‘몇 주 연속 1위’ 할지가 관건
KBS 2라디오(해피FM, 수도권 106.1Mhz)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신규 프로그램 ‘김태훈의 프리웨이’의 DJ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대한민국 음악사 최고 사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마이클 잭슨에 열광하던 백인 소년소녀들이 자라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나왔듯이 지금 BTS에 열광하는 백인 소년소녀들이 자라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미국의 정치 문화적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BTS는 신곡이 나올 때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빌보드 핫100 1위로 바로 진입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BTS에겐 이제 ‘몇 주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해졌다. 사진=BTS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캡처
#빌보드 1위 하면 3대가 먹고 산다?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이자 가수인 배철수는 과거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3대가 먹고 산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또 다른 팝 전문가들 사이에선 빌보드 차트 1위가 아니라 100위 안에만 들어도 3대가 먹고 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과연 3대가 먹고 살려면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BTS는 이미 충분한 부와 명예를 안았고 앞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3대가 먹고 산다’는 얘기는 경제적인 수익보다 꿈에 대한 의미로 풀이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사실 오랜 기간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팝송에 한국 가사를 붙인 번안곡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고 가요보다 팝송을 들으면 뭔가 더 있어 보인다는 선입견이 팽배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만큼 꿈도 꾸기 힘든 일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빌보드 차트가 꿈이 아닌 현실일 수도 있음을 알려준 것은 싸이다. 2012년 ‘강남스타일’이 무려 7주 연속 빌보드 핫100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이 노래 역시 1위 등극은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런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2013년 데뷔한 BTS가 결국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다이너마이트’가 ‘강남스타일’보다 더 히트했나
그렇다면 지금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싸이의 ‘강남스타일’보다 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야 할까. 아직까지 그건 아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핫100 2위에 올랐을 당시 한국에서 그 노래와 말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뮤직비디오도 대부분 봤을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공전의 히트를 쳐 해외 스타들과 인플루언서들도 말춤을 출 정도였다. 반면 아직 ‘다이너마이트’는 이 노래를 한 번도 못 들어본 한국인도 꽤 많다.
팝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이너마이트’가 얼마나 대단한 히트곡이 될지 여부는 몇 주 동안 빌보드 핫100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얘기한다. 신곡 효과로 반짝 1등을 한 뒤 차트에서 내려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이 2위에 오른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7주 연속 2위라는 점이 더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BTS의 또 다른 파워가 느껴진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 하나가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싸이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됐다. 반면 BTS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일궈낸 성과를 통해 이미 세계적인 뮤지션이 됐고 그렇게 쌓아 올린 성과가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빌보드 핫100 1위라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1위 등극은 앞으로 대단한 뉴스가 아닐 수도 있을 만큼 BTS는 이미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미국 현지시간 8월 31일 빌보드는 홈페이지 헤드라인 뉴스로 BTS(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핫100 차트 1위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진=빌보드 홈페이지
사실 BTS의 핫100 1위 등극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이미 앨범 판매량으로 기반으로 한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에선 4번이나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룹으로 4개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건 BTS가 비틀스 이래 최단 기록이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 타이틀곡 ‘ON’이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4위에 오른 바 있다. 1위 등극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고 이번에 그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제 BTS는 신곡이 나올 때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빌보드 핫100 1위로 바로 진입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BTS에겐 이제 ‘몇 주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해졌다.
사실 BTS 같은 외국 가수에게는 메인차트 빌보드 200보다 빌보드 핫100이 더 힘들다. 핫100은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은 물론이고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서 순위를 집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와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라는 의미다. 그만큼 핫100 차트는 팬덤의 영향력이 크고 경쟁도 더욱 치열하다.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해 비영어권 가수들에겐 더욱 힘겨운 차트이기도 하다. 아직도 전세계인이 기억하는 2012년 최고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에게도 핫100 만큼은 1위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핫100 1위 등극으로 빌보드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운 BTS의 행보는 이제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음악사가 아닌 전세계 팝 음악사에 거대한 발자취로 기록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