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별지급’ vs 이재명 ‘보편지급’ 주장…‘선별+보편’ 무승부 나올 수도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선별, 보편 지급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에는 선별 지급 또는 선별과 보편을 섞은 새로운 유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라고 선별 지급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당내 보편 지급 세력을 달래기 위한 카드가 함께 사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8월 중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을 시행한다면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난색을 보였고 정치권도 2차 재난지원금보다 소비쿠폰 등을 준비하며 경기 부양 쪽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8월 15일 광화문 시위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민간 경기가 얼어붙는 기색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재난지원금 논의가 재점화됐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일었고 8월 말부터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기정사실화되는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요하다면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면서 지급한다면 선별적 지원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불과 보름 만에 미지급에서 선별 지급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여기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도 “차등 지원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선별 지급에 무게를 실었다. 이낙연 대표는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맞벌이로 아이를 기르는 분들, 실업자, 고용 취약계층, 수해, 방역피해자,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지원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 대표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을 인용해 “더 고통받는 분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와드리는 것이 재난지원금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선별 지급이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 않겠냐고 질문에는 “지지층 여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4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비하면 데이터가 업데이트됐다. 지급 대상이 아닌 분들에게도 합당한 설명이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2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로 인한 실직,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저소득 맞벌이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난 구제에 목적을 둔 포석으로 읽힌다.
이낙연 대표가 선별 지급에 무게를 뒀다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별 지급을 반대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의 구난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정책으로서의 효과를 위해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대표인사다.
이 지사는 선별 쪽으로 무게가 실리던 9월 2일 블로그에 “GDP 0.8% 14조 원, 국민 1인당 겨우 26만 원으로 두 달 이상 호황을 누렸으면 재난지원금이 최고의 경제정책 아닌가요? 가능한 재원을 지역화폐로 고루 지급하면 선별지원보다 재원 부담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선별 비용에 선별 시간 들여가며 세금 많이 내는 고소득자라고 배제돼서 화나는 사람, 저소득자로 선정돼 자괴심 가질 사람으로 나눠 갈등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며 선별 지급을 반대하는 의견을 실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선별 지원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선별 지원은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 때문에 지속 가능한 재원확보가 어렵고, 대상자에게 저소득자라는 낙인을 남기며 선정자, 탈락자 간 갈등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한다고 봤다. 최근에는 고소득층도 코로나로 인해 소득의 감소를 겪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보편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무엇보다 재난지원금은 “남는 돈으로 하는 빈자 구호 자선 정책이 아니라 세금으로 하는 국가의 위기 극복 경제 정책”이라며 “재정지출은 2차 재분배와 경기 조절기능을 가지고 있어 국민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해 소비하게 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가 느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경제적 측면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이낙연 대표가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재난 구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이재명 지사는 경제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끼리 벌써부터 정책을 수단으로 힘겨루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심각한 피해계층이 특정돼 있어 이분들에게 똑같은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주는 방식은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양쪽 모두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서로 논쟁할 필요가 없다. (보편, 선별을) 같이 할 수 있고 시기를 나눠서 할 수도 있는데 핵심은 총액이지 철학적 차이나 정책적 노선 차이가 아니다”라며 재난지원금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노선 대결로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근거로 2차 재난지원금이 보편과 선별로 나뉘어 지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의 말대로 더 어려운 국민에게 우선 지원하고 이후 1차보다 적은 금액으로 전 국민에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편 지급을 주장하던 이재명 지사의 면도 일정부분 서게 된다. 반면 2차는 선별 지원만으로 신임 당대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발표를 앞둔 다음주 당정청 회의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