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있지만 지적도상 없어…함안군 지구단위계획 및 공장설립 인가에 문제점 드러나
한국제강이 진입도로로 사용하는 곳(동그라미 선 안)이 농림지역인 ‘전·답’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경남 함안군이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한국제강에 대해 30여 년간 불법을 묵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가 정한 규칙을 두 차례에 걸쳐 어기면서까지 이른바 ‘봐주기’를 한 것으로 확인돼 특혜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제강은 진입도로 개설이 공장을 설립·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적도상 진입도로가 없는 상태다. 이는 당초 함안군의 지구단위계획 및 공장설립 인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그 기능을 증진시키며 경관·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수립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환경을 확보하고 체계적·계획적으로 개발·관리하기 위해, 건축물 그 밖의 시설의 용도·종류 및 규모 등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거나 건폐율·용적률을 완화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지구단위계획 수립의 일반원칙 가운데 핵심은 ‘도로, 상·하수도, 전기공급설비 등 기반시설의 처리·공급 수용능력과 건축물의 연면적이 적정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기반시설 용량이 부족하지 아니하도록 한다’라는 규정이다.
한국제강은 바로 이 같은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한국제강 공장 부지에는 현재 도로가 있지만, 지적도상에는 도로가 없는 상태다. 지적도상에 도로가 아니지만, 도로로 이용되는 곳은 함안군 군북면 유현리 1346-5번지 외 3필지이다.
함안군은 한국제강의 불법 도로사용을 크게 두 차례에 걸쳐 묵인 내지 방조했다. 먼저 한국제강이 공장인가를 받아 설립될 당시인 1990년도부터 공장 진입도로가 농림지역인 개인 사유지에다 개설됐다. 군이 개인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공장설립인가를 해줬다고 해도 문제가 된다. 농림지역은 원칙적으로 개발행위를 하지 못하는 곳으로, 농림지역 해제를 하지 못하면 도로개설이 불가능하다.
함안군은 1990년도에 들어선 한국제강 공장이 점차 확장됨에 따라 시설확충 등 여러 가지 제약사항을 탈피하고자, 2014년 5월 해당 지역을 군 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에 포함시킨 뒤 2015년 1월 산업유통형 공업용지로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함안군은 지구단위계획 속에 공장지역만 포함시키고, 25여 년 동안 문제가 된 도로는 빼놓았다. 지구단위계획 속에 농림지역으로 분류된 불법도로를 포함시키지 못한 이유는 명료하다. 농림지역 안에 입안하는 산업유통형 지구단위계획은 농업·임업·축산업 또는 수산업을 위한 것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함안군 관계자는 “한국제강은 1990년 8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설립됐다. 준도시지역 공장에 대해 국회법 경과조치로 다른 행정조치 없이 산업육성 활성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로에 관해서는 “해당 도로는 현황도로”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타 지자체 도시계획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은 우선적으로 도로, 즉 기반시설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이러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도시계획을 하는 것인데 함안군의 도시계획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금이라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안군도 문제이지만 한국제강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제강은 30여 년간 농림지역을 훼손하며,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목을 변경하지 않은 불법을 저질렀다.
특히 농림지역에 진입도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방관한 것이 잘못이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과 협력해야 하나 그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비난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한국제강 관계자는 “진입도로에 관해서는 함안군과 협의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