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7조’ 등 상소문 형식 국민청원 늘어…“언로 원할치 않다는 증거” 지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소문 형식의 올라온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 게시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진인 조은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총 4개다. ‘시무 7조’에 앞서 7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주택을 치킨에 비유, 우회적으로 비판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게시물이 특정 회사를 가리켜 글이 비공개 처리되자 ‘다치킨자 규제론을 펼친 청원인이 삼가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글을 재차 올렸다. 이 글에서 “폐하, 즉시적 대업으로써 역적 김현미를 파직하시고 당장 서인으로 강등시키시어 국토를 온갖 규제로 유린하고 집값을 폭등시킨 죄를 물어주시옵소서”라고 했다.
이어 ‘시무 7조’를 올린 이후 8월 24일 ‘진인 조은산이 뉴노멀의 정신을 받들어 거천삼석의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을 하나 더 올렸다. 이 게시글에서는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파직도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은산의 글 외에도 소를 자청한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개혁의 길을 그르치지 마소서 권혁7조’ ‘(상소문)셈틀방(피시방)의 고위험시설을 풀어주시옵소서’ ‘시무7조, 영남만인소를 외환의 죄로 고변합니다’ 등이다.
특히 자신을 ‘백두 김모’라고 밝힌 청원자가 8월 31일 올린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았다. 영남만인소는 1880년대 영남 지역 유생 1만여 명이 고종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이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은 겉으로는 조은산의 ‘시무 7조’를 비판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 지사, 김경수 경남도 지사 등 여권 인사들을 에둘러 꼬집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그만큼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풍자와 패러디물이 많이 올라온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주목 받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언로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국민과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만 해도 상황은 개선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