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발언에 아들 군 문제 공방까지 “국회 운영 걸림돌” 지적…핵심 친문 “추석 연휴 앞두고 교체 검토 가능성”
9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뒤 100일도 채 되지 않아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우적추’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우리의 적은 추미애’라는 뜻이었다. 부동산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주택 처리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던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추 장관은 ‘3적’으로도 꼽혔다. 추 장관이 개인 SNS,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해 논란의 발언을 쏟아낸 게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추 장관을 향한 공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6월 28일 재선인 조응천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지적한 게 거의 유일했다. 조 의원은 윤 총장과 날을 세운 추 장관에 대해 “언행이 부적절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조 의원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최우선 과제인 검찰개혁에 있어서 추 장관만 한 인물이 없다는 공감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 친문계 의원은 “추 장관 정도니까 윤석열의 검찰을 이 정도로 장악할 수 있었고, 이는 검찰개혁의 동력 확보가 됐다”면서 “문 대통령도 이 점을 높이 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친문 진영과 다른 의견을 냈다가 공천에 어려움을 겪고 징계까지 받았던 금태섭 전 의원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더 이상 추 장관을 안고 가긴 힘든 것 아니냐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분출하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서 아무개 씨가 군대 복무 시절 규정을 위반해 병가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 측이 서 씨 근무 부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 상황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그동안 추 장관이 공격을 받았던 것은 검찰개혁 총대를 멨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상대편이 봤을 땐 미웠겠지만 여권 지지자들로부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도 적극 방어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들 군 문제는 얘기가 다르다. 사실로 드러나면 추 장관 개인뿐 아니라 여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추 장관을 향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들었다. 추 장관 ‘손절’을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1일 오전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도 추 장관 아들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 문제가 갖고 있는 휘발성 때문이다. 젊은 층이 민감해하는 ‘공정성’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여권 성향 지지를 보이다가 지난해 조국 정국을 계기로 멀어진 20대 남성들을 끌어안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 중이던 청와대로서는 이번 일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추 장관 아들 문제로 인해 당청 관계가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무라인 한 관계자는 “초재선들이 새로운 대표(이낙연)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청와대를 향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 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들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읽히는데, 마침 추 장관 아들 건이 떠오른 것”이라면서 “마치 국민의힘에서나 나올 법한 비판들이 당 내부에서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민주당 의원들도 예전과는 다른 스탠스를 보였다. 이들은 “추 장관이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초선 의원은 “계륵이다. 아들과 보좌관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됐는데, 검찰개혁을 하자고 하면 또 조국 정국 때와 같은 사달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개혁의 진정성이 훼손된다”면서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이러한 뜻을 (청와대에) 건넸다”라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이 의원은 “운영위나 법사위에서 추 장관을 엄호해주기가 힘들다. 솔직히 지친다.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추 장관도 자꾸 날선 발언들만 하니까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일방적인 민주당 독주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잘 안다. 일정 부분 국민의힘을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가야 한다. 그런데 추 장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추 장관 교체가) 얼어붙은 대야관계를 푸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당의 분위기는 이낙연 신임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추 장관에 대한 ‘비토’를 과연 어떤 식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향후 행보를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추 장관을 둘러싼 당 안팎 여론을 청와대에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친문계 지원이 절실한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친문 인사들은 추 장관 거취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만, 추 장관을 포함한 인적 쇄신 필요성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추 장관 리스크가 어디까지 커질지 걱정이다. 조국 정국 때와 달리 지금은 임기 후반기에 지지율도 예전만 못하다. 악재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 장관 교체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