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스페셜
올해 1분기 주식거래 활동계좌 중 20~30대의 비중은 무려 50%에 육박했고 서울 아파트 매입 역시 30대가 7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밀레니얼 세대를 재테크의 세계로 이끈 것일까.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은 “우리 때는 가진 건 없어도 괜한 희망이라도 있었던 세대고 밀레니얼 세대는 희망을 가질 권리조차 박탈당한 것 같은 암울한 세대”라고 말한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은행 예금만으로 집을 사던 시절은 끝났다.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통화량이 불어나면서 시중 유동성은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고 현금의 가치는 하락했다.
23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에도 도무지 잡힐 줄 모르는 집값은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공포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불안감과 공포는 밀레니얼 세대를 ‘신 투자인류’로 재탄생시켰다.
사회생활 10년차 김창민 씨(가명)는 그동안의 근로소득을 저축해 현금 3억을 만들었지만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한편 20대 정민지 씨(가명)는 재개발 지역의 원룸을 은행 대출 3억을 받아 구매했다.
3억이었던 원룸은 재개발 호재로 두 달 사이 5억이 되었고 민지 씨는 순식간에 2억 원의 수익이 생겼다.
김창민 씨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연봉이 올라도 부질없는 거예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니까”라고 말했다.
현금 3억과 부채 3억. 과거라면 현금 3억이 빛났겠지만 지금은 빚이 도리어 더 큰 자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살벌한 계산법을 깨달은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현금에 목숨 걸지 않고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부린이와 동학개미’로 말이다.
한때 ‘욜로’를 외쳤던 이종환 씨는 요즘 ‘몸테크’를 실천 중이다. 몸테크란 ‘몸+재테크’의 합성어로 미래의 시세 차익을 위해 현재의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고 경매 공부를 하던 종환 씨는 올해 초 본인 명의의 빌라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반 지하 월세방이라는데. 그가 이렇게까지 몸테크 하는 사연은 무엇일까.
최지훈 씨(가명)는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신혼집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전셋집을 내놓고 김포의 신축 아파트를 ‘영끌’해 구입한 것. 아내의 통근 시간이 왕복 3시간에 달하는 거리지만 부부는 이곳으로 가야만 했다.
통화량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조규원 씨는 금이 아닌 ‘은’을 선택했다. 금값이 오르는 시점에는 은값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지만 철저하고 빈틈없는 분석으로 투자 노하우를 키워가고 있는 대학생 조규원 씨. 그는 왜 재테크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뒤로 밀려나게 되어있어요. 그렇지 않으려면 최소한 물가 상승이라도 따라가는 어떠한 행위를 취해야 해요. 그게 바로 투자입니다”라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친구모임에서도 요즘은 모였다하면 주식이야기다.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직장인까지 동학개미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지금 주식시장은 열기로 가득하다.
지난 3월 코로나 여파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자 그동안 주식에 발을 담 그 지 못했던 개인들의 접근이 쉬워졌고 이후 주가를 회복하면서 동학개미들의 수익률 또한 증가해 너도 나도 주린이(주식+어린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주식광풍으로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60조 원을 돌파했고 빚을 내가며 투자하는 ‘빚투’ 또한 16조 원에 달한다.
전세금 7000만 원으로 200억 원대 자산가가 된 슈퍼개미 김정환 씨는 요즘 세대의 주식 투자은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한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분노의 배팅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절박한 배팅이라고 .
저성장, 제로금리, 집값 폭등. 가혹한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부린이와 동학개미의 사투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