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조사서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 12건 드러나 이사장 해임…학교 측 “대부분 무혐의”
안양대학교 전경. 사진=안양대학교 홍보영상 갈무리
이번 교육부 조사는 학교법인 우일학원의 안양대학교 매각 논란에서 시작됐다. 2019년 안양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우일학원이 대순진리회의 분파 가운데 하나인 대진성주회에 학교를 불법 매각하려 한다”며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안양대학교는 국내 개신교계 사립 대학교다(관련기사 70여년 기독사학 안양대 학내 분규 확산 내막... 타종교 매각 의혹 점입가경).
이에 교육부가 2019년 6월 17일부터 5일 동안 우일학원과 안양대학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사회 부당 운영, 학사행정 부당 관여, 금품수수, 이사장 아들 특별채용, 발전기금 관리 부적정, 교수 재임용 관련 기부금 요구 등 총 12건의 학사비리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지적사항 대부분은 우일학원의 회계 및 인사비리에 대한 것이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교육부 민원조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우일학원은 안양대학교 교원 임용과 관련된 규정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고 그 개정안을 승인해 학교에 통보했다. 또 재산 취득 관련 안건으로 이사회를 소집하면서도 안건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기타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 처리하는 등 이사회 운영을 부당하게 해 온 사실도 있었다.
수사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사안도 다수 적발됐다. 한 전직 총장은 재임 때 안양대학교 개교 기념예배 및 기념식에서 김광태 이사장에게 본인이 구입한 황금열쇠(순금 10돈, 37.5g)를 건넸다. 김 이사장도 황금열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교육부는 확인했다. 순금 10돈의 가격은 당시 시가로 195만 원에 해당한다.
학교가 재임용을 빌미로 교수들에게 기부금을 강요한 사실도 있었다. 정일훈 안양대학교 교수협의회장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2015년에는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들이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하자, 이사장이 복직을 조건으로 미지급 급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기부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2013년부터 교수들에게 학교 발전기금 및 적립금 명목으로 강요한 금액은 10억 원에 달한다.
교육부 조사로 학교법인 우일학원 이사회와 안양대학교 관계자들의 비위 행위가 일부 드러났다. 사진=안양대학교 홍보영상 갈무리
채용도 이사회 입맛대로 이뤄졌다. 안양대학교와 우일학원은 2016년 2월 15일 정규직 결원이 없음에도, 교직원 수급 계획 수립 및 법인 승인 등의 적합한 절차 없이 이사장 아들 A 씨를 특별채용했다.
명분은 있었다. 중소기업진흥청과 창업진흥원, 대기업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청년 사업에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 역시 한시적 사업으로 정규직원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안양대학교는 A 씨를 위해 해당 사업의 전담인력 자격을 임의로 변경했다. 그러고도 자격에 미달하는 A 씨를 “특별채용해달라”고 총무처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사업 수행기관인 창업진흥원에는 A 씨의 경력을 “인사, 노무, 회계, 마케팅, 재무 등 분야에서 근무한 자로 경력 4년 이상인 자”라며 허위로 보고했다.
그보다 앞선 2013년에는 우일학원 이사의 아들 B 씨를 별도의 직원인사위원회 심의 없이 구두 협의만으로 당시 총장의 수행비서로 별정직 채용한 사실도 있었다. 이듬해인 2014년, 안양대학교는 B 씨의 일반직 직종 전환을 찬성하지 않는 직원인사위원을 임의로 교체한 뒤 B 씨를 일반직으로 전환시켰다.
교수 채용 역시 개인 역량보다는 총장이나 이사회 구성원들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했다. 2014년 교수 신규 채용 당시 우일학원 C 이사의 사위였던 D 씨는 해당 과목 비전공자로 기초심사에서 7순위를 차지했으나 전공심사대상자에 올랐다. 교육부 조사결과 당시 전공심사대상자로 오른 이는 기초심사 1, 2순위자와 그리고 7순위자인 C 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김 이사장과 역대 총장들의 지시만으로 법인국장과 외국인 전임교수가 임용되는 등 부당 채용도 무더기로 지적됐다.
한편 안양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인사비리, 학사행정 부당 관여 등은 교육부 조사를 통해 드러났으나 문제의 근본인 불법 매각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는 교육부 권고에 따라 비위행위 관련자들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돼 최근 항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양대학교는 서면을 통해 “12건의 부적정한 학교 운영 관련 사항 대부분에 대해 이후 무혐의와 기각 결정이 나왔다”며 “학교법인의 운영과 이사진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으나, 미래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일학원에도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