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은 되고 룸살롱은 안돼? 업주들 “음지가 더 음지화할 것” 경고
12종의 고위험시설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영업을 중단한 룸살롱의 텅 빈 모습.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유흥주점은 제외되면서 유흥업계 관계자들이 격분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코로나19 재확산으로 8월 1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가 2단계로 격상됐고 19일부터 고위험시설 12종의 영업이 중단되는 ‘집합금지 명령’ 강제조치가 시행됐다. 이로 인해 12종의 고위험시설은 장기간 영업이 중단되면서 커다란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고위험시설은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격렬한 GX류), 뷔페, PC방, 방문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대형 학원(300인 이상) 등이다.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대상에 노래연습장, 뷔페, PC방 등 고위험시설은 피해 규모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2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분명 고위험시설 12종에는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콜라텍도 포함돼 있지만 정부는 이 2종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선별지급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에 제외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결국 유흥주점까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다. 2차 재난지원금을 일괄지급이 아닌 선별지급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 선별 기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괜한 사회적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소식을 접한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격분했다. 기본적으로 형평성의 문제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방역당국의 조치에도 잘 따랐음에도 유흥업계만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란주점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강북의 한 유흥가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업주는 “수해가 나는 등 천재지변이 있어도 유흥업소는 지원 대상에서 거의 항상 제외됐다. 그건 일회적인 재난이니 받아들였지만 이번엔 다르다. 우리도 올 한 해 너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사실 우리야 떳떳하게 유흥주점으로 허가 받고 세금도 다 정상적으로 낸다. 그런데 단란주점은 물론이고 노래방도 가서 접대여성을 불러 달라고 하면 불러주는 곳이 정말 많다. 노래방에서 맥주도 내준다. 거기는 재난지원금을 받고 합법적으로 영업한 우리는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했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유흥업계가 음지라며 재난지원금조차 안 주면 음지는 더 음지로 파고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룸살롱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더욱 심각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업소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영업을 중단하고 다시 재개하는 것을 반복했지만 가게가 문을 닫아 할 일이 없어진 접대여성들은 다른 일을 찾아 나선 경우가 많다(관련기사 ‘룸’ 다시 닫히자…텐프로녀들이 골프장으로 간 까닭은?). 단골손님이 확보된 이들은 몰래 2차를 나가고 보도방을 통해 변종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관련기사 ‘일일호프부터 벙개까지…’ 불법 유흥윤락업이 독버섯처럼). 또한 오피라 불리는 오피스텔 불법 성매매 쪽으로 넘어가기도 했다(관련기사 “어차피 불법”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 ‘오피’는 여전히 후끈).
강남의 한 텐프로 업소 관계자는 “이러다 코로나19로 유흥업소의 절반 이상이 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보기 싫은 유흥업소가 대거 사라졌다고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수요는 여전한데 정상적인 공급이 사라지면 더 음성화한다. 집창촌 다 없앴다고 성매매가 사라졌나? 더 음성화됐다. 유흥업계가 음지라며 재난지원금조차 안 주면 음지가 더 음지로 파고든다. 정부가 지금처럼 세금 잘 내고 방역당국 말도 잘 듣는 유흥업계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몇 년 뒤 훨씬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썩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