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만남→2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따라 ‘틈새’ 찾아내 영업 방식 달라져
그렇지만 보도방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법 유흥윤락업이 거듭 등장하고 있다. 룸살롱은 물론 가라오케와 노래방 등도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보도방은 새로운 틈새를 찾아냈다. 2단계에선 호프집, 2.5단계에선 일반 음식점이 주무대가 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양주잔을 내려놓고 소주잔을 들었다. 룸살롱은 문을 닫았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술자리를 갖고 9시 전에 일어나 2차를 가는 새로운 불법 유흥업이 성행하고 있다. 이미지 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우태윤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선 일일호프
8월 16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고 19일부터 ‘집합금지 명령’ 강제조치가 시행되면서 고위험시설 12종에 포함된 룸살롱 등 유흥시설은 운영이 중단됐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몇 차례의 집합금지 명령 당시에는 불을 끄고 몰래 영업을 하는 룸살롱도 일부 있었고 노래방이나 노래주점 등이 보도방과 손잡고 불법 유흥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불법 운영도 크게 줄었다. 그만큼 유흥업계도 이번만큼은 코로나19 재확산에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합금지 명령 당시 불법 영업을 주도한 곳은 접대여성들을 관리하는 보도방이다. 어떻게든 몰래 영업을 하는 룸살롱이나 노래방, 노래주점 등을 찾아내 거기에 접대여성들을 보내 짭짤한 수입을 올려온 것.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런 형태조차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호프집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문이 있어 밀폐되는 룸은 없더라도 파티션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는 호프집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방식은 일종의 일일호프다. 보도방 업체에서 호프집을 하루 빌려서 단골 고객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예약한 손님들이 호프집에 오면 접대여성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마치 미팅을 하듯 술자리를 갖는다. 심지어 일찍 오는 손님들은 접대여성을 초이스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강남 일대를 비롯한 번화가 호프집은 자칫 단속의 손길이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서울 외곽 지역의 평범한 호프집에서 이런 형태의 불법 유흥업이 이뤄졌다.
룸살롱처럼 은밀한 술 접대가 이뤄지진 않지만 9시 전에 술자리를 끝낸 뒤 2차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술자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 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문제는 8월 23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불거졌다. 호프집에서 그런 유흥 자리를 계속 이어갈 순 있지만 밤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천하의 보도방 업계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여기서 또 다른 해결책이 등장한다.
거래처 관리 등을 위해 평소 유흥업소를 자주 이용하는 한 회사원은 “요즘 신조어가 하나 등장했다. ‘회모임’ ‘고기모임’ ‘이자카야 모임’ 등인데 횟집이나 고깃집에서 ‘벙개 형식’의 술자리 모임이 생겨났다. 대부분 룸살롱이 많은 유흥가 일반 음식점으로 자주 가던 룸살롱 부근”이라며 “역시 보도방이나 룸살롱 실장들이 마련하는 자리로 예약하고 가면 접대여성들이 온다. 같이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오픈된 공간인 룸살롱 같은 술 접대는 없다. 물론 양주도 없고. 그럼에도 그런 자리를 갖는 까닭은 당연히 2차다. 9시가 돼 술집(일반 음식점)이 문을 닫으면 각각 자신의 파트너와 모텔 등으로 2차를 간다. 숙박업소는 9시가 넘어도 당연히 영업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일반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정확히 유흥업은 아니다.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챙겨주고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유흥업소에서의 술 접대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런 자리의 목적을 즐겁게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를 가는 것이다. 사실상 이건 유흥업이 아닌 불법 성매매, 소위 윤락업이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만드는 이들은 이런 모임을 ‘애인대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들은 3단계도 문제없다
이런 형태의 만남은 보도방 업체가 중심인데 단골 고객층 확보가 관건이라 업소가 문을 닫아 일이 없어진 룸살롱 실장들이 가세하는 구조다. 실장들이 단골에게 문자 등으로 이런 자리를 제안하고 손님이 응하면 보도방과 손답고 접대여성들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도 영업이 가능하다. 일반음식점일지라도 10인 이상이 모이면 안 될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유흥업소를 6명 이상이 가능 경우는 드물다. 5명 이하의 경우 접대여성과 짝을 이뤄도 10인 이하다.
유흥업계에선 이런 형태의 불법 유흥업을 가장한 윤락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되면 룸살롱 등 유흥업계 입장에선 현재의 영업 중단보다 더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 강남 대형 룸살롱 관계자는 “2차 자체를 목적으로 룸살롱을 오는 손님들도 많은데 그들 입장에선 괜한 양주 값을 아낄 수 있다”라며 “오히려 횟집이나 고깃집, 내지는 이자카야에서 부담 없이 술자리를 갖는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손님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게 많아지면 어지간한 룸살롱은 다 망할 수도 있다”고 푸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