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뜨자 ‘신박한 정리’ 등 관련 프로 속속…‘먹방’ ‘쿡방’ 이어 대세 트렌드로
MBC ‘구해줘! 홈즈’는 전국 시청률 6∼8%를 유지하고 있다. 일요일 밤에 방송되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사진=MBC ‘구해줘! 홈즈’ 방송 화면 캡처
#왜 집방이어야 하나?
첫 단추는 MBC ‘구해줘! 홈즈’가 끼웠다. 연예인들이 발품을 팔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집을 구해주는 부동산 중개업자 역할을 하는 이 프로그램의 전국 시청률은 6∼8%(닐슨코리아 기준). 일요일 밤 11시를 전후해 방송되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2049 타깃 시청률로 범위를 좁혔을 때는 이 프로그램이 3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집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청층을 위한 ‘맞춤형 방송’이라는 의미다.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꿔 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2부작으로 편성됐던 SBS 파일럿 예능 ‘나의 판타집’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이 평소 자신이 꿈꾸던 스타일의 현실 속 집에서 살아보며 느낀 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다수의 집이 100평 안팎의 복층 형태이거나 넓은 마당을 갖고 있어 판타지를 자극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대다. 서울의 30평대 일반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 안팎인데 비해, 이 집들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다만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최근 방송을 마친 케이블채널 tvN ‘바퀴 달린 집’ 역시 집에 대해 색다른 개념으로 접근했다. 캠핑카를 집 삼아 전국을 다니고 인생을 즐기며 이곳으로 지인을 초대해 밥 한 끼를 대접하는 식이다. 물론 연예인이기에, 방송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라 하지만 조그마한 집 하나를 장만하겠다는 일념 아래 아등바등 사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tvN ‘신박한 정리’는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 집방이다. 이는 집을 바꾸거나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의 내부 정리정돈을 통해 새로운 삶을 일구는 데 집중한다. 주로 연예인들의 집을 다뤘는데, 출연진들은 정리가 끝난 집을 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 살며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급증했고, 그 결과 당초 8회 분량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됐다.
tvN ‘신박한 정리’는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 집방이다. 집을 바꾸거나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의 내부 정리정돈을 통해 새로운 삶을 일구는 데 집중한다. 사진=tvN ‘신박한 정리’ 홈페이지
나영석 PD가 이번 여름 선보인 ‘여름방학’ 역시 집에 대해 다시 조명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강원도 고성의 한옥집에서 여름방학을 즐기듯 살아보는 콘셉트를 가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전했다. 참여자인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 등은 문명의 이기와 멀찌감치 떨어진 이 집에서 소소한 놀이를 즐기고 밥을 해먹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방송 초반 왜색 및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여름방학’이 주는 편안함에 반했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집은 거주의 공간보다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며 “특히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위화감을 키웠는데, 최근 방송되고 있는 일련의 집방들은 ‘탈 서울’을 통해 그들의 삶의 윤택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 시기에 인기일까?
집을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은 2000년 초반 방송됐던 MBC의 ‘러브하우스’다. 전문 건축가가 나서서 리모델링한 집의 전후를 비교할 때 흐르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OST ‘시놉시스’는 ‘러브하우스’의 대명사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자들은 “저런 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느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1997년 IMF 시대가 시작된 후 경제적으로는 어려운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던 때였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2월 초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실물 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넘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서울에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MBC ‘돈벌래’가 부동산 호재 지역에 대한 시세 등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은 향후 집방들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사진=MBC ‘돈벌래’ 방송 화면 캡처
이런 상황 속에서 웃음을 본령으로 삼는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참담한 현실이 아닌 꿈과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제작진은 서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더 살 만한 곳이 있다고 제시하는 식이다. 또 다른 집방인 MBC ‘돈벌래’가 부동산 호재 지역에 대한 시세 등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은 향후 집방들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코로나19 사태도 집방 열기를 부추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외에도 불특정 다수와의 대면 접촉에서 불안감을 느낀 대중들의 집안 생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보다 좋은 주거 환경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