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데이터화해 지역민에게 서비스…도시재생으로 지역 시그니처도 살려”
권창희 한국스마트시티학회장이 스마트시티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진정한 스마트시티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스마트시티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 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교통 문제, 환경 문제, 주거 문제, 시설 비효율 등을 해결해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똑똑한 도시’를 뜻한다.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스마트시티의 정의인데 사실 다소 추상적이다.
도시과학 박사이기도 한 권창희 교수가 말하는 스마트시티란 쉽게 말해 컴퓨터 운영체계(OS)처럼 하나의 도시운영체계다. 권 교수는 “스마트시티에서는 상하수도, 전기, 주차, 범죄 등 지역의 데이터가 통합되어 도시의 통합관제센터로 모인다. 이곳에서 지역을 관리하고 지휘‧통제해 다양한 문제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인프라가 데이터화 되고 이를 지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도시의 물리적 공간에 스마트 운영체제를 입힌 것이 그가 말하는 스마트시티다. 그는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에 윈도우라는 기반이 있어야 그 위에 프로그램을 깔 수 있는 것처럼, 도시에도 기본적인 운영체계(OS)가 있어야 다양한 관리 매뉴얼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권 교수는 “도시에 IT를 입히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이 스마트시티”라며 기존의 도시가 부동산 중심의 경제 원리로 형성됐다면 스마트시티는 거주자 생활을 중심으로 한 도시계획 서비스라고 말한다. 이런 스마트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철도와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비롯해 유통, 의료, 교육의 혁신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스마트시티가 디지털의 융합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콘텐츠를 융합한 형태가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시티에는 각종 빅데이터를 기반에 둔 인공지능 시스템 외에도 지역의 특수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활성화 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랜드마크, 즉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IT기술에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입히는 것이다.
권창희 교수는 “스마트시티에 대해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공지능 도시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반 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시도들”이라며 “스마트폰이 공상과학에서 나오는 기계가 아닌 이미 현실의 필수품이 됐듯, 스마트시티도 공상과학이나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닌 지금 당장의 리얼리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성 살린 랜드마크, 세대 간 격차 없는 스마트
권 교수는 “국가가 할 일을 지자체가 한다”는 점이 스마트시티의 기본 개념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시스템이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고 그 아래 지자체가 단계별로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스마트시티는 각 지자체가 퍼즐처럼 연결된다. 기존의 지자체가 대한민국-경기도-수원시, 혹은 대한민국-강원도-강릉시와 같은 수직 구조의 연결이었다면 스마트시티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중앙정부 아래 수원시와 강릉시가 퍼즐처럼 연결되고 소통한다. 전국 227개 지자체가 새로운 형태로 연결되는 것이다.
권창희 교수는 “진정한 스마트시티란 기술적으로 생활의 편의성과 안전성에만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랜드마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스마트시티 추진 현황.
그는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기능적으로 도시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분권은 반쪽자리 지방자치단체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각에서 각각의 지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진정한 스마트시티란 기술적으로 생활의 편의성과 안전성에만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랜드마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술을 포함한 생활 운영체계를 통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지역문화 발전까지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시티는 일괄적으로 구현해낼 수 없고 지역 특성을 살린 플랫폼화가 필요하다.
도시 내에서 누수되고 있는 각종 자원과 시간, 인프라 등을 ICT 융합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해 시민들의 편리를 도모하려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목적인 까닭에 세대나 계층 간 격차가 존재한다면 성공한 스마트시티 모델이라 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하지만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서비스는 결국 도시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이나 편리를 위해 인간성을 넘어서는 ICT란 의미가 퇴색하기 쉽다.
결국 스마트시티는 단순히 최첨단의 기술을 도시에 입힌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소해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각 도시의 경제발전 수준과 도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도시의 현 상황에 따라 도시마다 접근법에도 차이를 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 교수는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된 스마트시티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언택트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권 교수는 “이제 첫 걸음을 떼고 있는 수준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보다 속도를 낼 여건과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