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 수주 의혹…6년이나 국토위 배정한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론 고개
가족기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특혜 수주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9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덕흠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우선, 박 의원은 본인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있으면서 가족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 의원 가족과 관련된 건설사는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 등이다.
당초 박 의원이 국토위 위원으로 재직한 6년간 이들 회사가 피감기관인 서울시 등으로부터 발주 받은 수주액은 4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 산하 공기업 수주액 등을 합쳐 1000억 원대로 늘어났다. 이어 경기도와 경상북도 관련 공사수주 자료도 공개되며 2000억 원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국토위에서 활동할 때뿐 아니라 행안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수주액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초단체 수주액 등도 확인하면 그 금액은 3400억 원을 넘길 것”이라며 “박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 의원은 대한전문건설협회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지인이 소유한 충북 음성군 골프장 매입 사업을 추진하며 시세보다 200억 원 넘게 부풀린 465억 원에 사들이는 등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박덕흠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사보임을 통해 국토위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다.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공사 수주가 공공입찰이라 문제없다’는 박 의원 해명에 대해 안진걸 소장은 “서울시가 진행한 한강공원 나들목 공사 등 경우 STS공법(비개착공법)으로 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고, 사업 공고를 냈다”며 “STS공법은 박 의원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만 갖고 있는 특허기술이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기술이 있는데, 서울시가 이 공법을 특정했기 때문에 박 의원 아들 회사가 수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주식을 백지신탁했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아니다’라는 박 의원 주장에 대해서는 “130억 원대 주식이 백지신탁에도 6년 동안 하나도 팔리지가 않았다. 팔리지 않은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하지만 법에 따르면 주식이 안 팔리면 여전히 이해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어, 처분이 완료되기 전까지 관련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에 이를 어겨도 과태료 조항밖에 없으니, 악용해 계속 활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환노위 사보임에 대해서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해충돌이라는 표현으로 아주 많이 부족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을 처리할 때 국토위에 있던 박 의원이 직접 환노위를 방문해 해당 법안의 특정 내용을 막으려 한 적 있었다. 앞으로 환노위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법안을 개정할 때 박 의원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덕흠 의원은 기자회견 이틀 후 다시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적으로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불거진 의혹은 개인과 관련된 의혹이기에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본인을 향한 모든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건설업계 현장 고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국토위에 있었다.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며 “여당과 다수 언론의 왜곡 보도에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소속 의원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박덕흠 의원이 탈당하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의혹규명 책임에서 다소 자유롭게 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박덕흠 의원에 대해 긴급진상조사 특위를 꾸려,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한 바 있다. 진상을 신속히 밝혀내 응분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긴급진상조사 특위 발표 이후 당내 내부 구성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 의원이 탈당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설 이유는 사라졌다.
정치권 등에서는 박 의원 탈당으로 논란이 마무리되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진걸 소장은 “박덕흠 의원은 당만 생각해 당에 부담주기 싫어 탈당한 것이다. 국민의 고통과 분노는 감안 안 하고 마지막까지 아무 문제없다며 정치공세 탓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 하면 안 된다. 여야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의원직을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을 향해 탈당이 아닌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박 의원 기자회견 직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덕흠 의원은 현 정권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박덕흠 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의원 징계와 처벌이 아닌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박덕흠 의원 부정비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수방관해 온 것을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덕흠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법당국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생경제연구소 및 참자유민주청년연대 등은 9월 15일 박 의원을 직권남용,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건은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의원. 정진석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전반기 원구성을 하며 박덕흠 의원을 국토위에 배정했다. 정진석 의원과 박덕흠 의원은 지난 6월 자녀들이 결혼식을 올리며 사돈이 됐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상임위 배정은 각 당이 소속의원으로부터 선호하는 상임위 지망을 신청 받아, 원내지도부가 협의 끝에 정한다”며 “박덕흠 의원이 건설업에 전문가이기 때문에 국토위에 배정했다고 하지만, 전문가이기 이전에 사업가였다. 이해관계자를 한 번도 아니고 6년이나 국토위에만 배정했다는 것은 국민의힘 역대 지도부들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정을 한 원내대표는 정진석 의원이다. 후반기는 김성태 전 의원이었다. 정진석 의원의 경우 지난 6월 장녀가 박덕흠 의원의 장남과 결혼식을 올리면서 두 사람은 사돈관계가 됐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박덕흠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된 의원들처럼 초선도 아니고, 3선 중진 의원이다. 그중 6년을 국토위에서 활동했고, 간사까지 맡았다”며 “민주당 의원들도 그동안은 함께 의정활동하면서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해충돌을 거론하며 비판하고 사퇴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치공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태경 의원은 9월 23일 자신의 SNS에 “여야를 떠나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의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는 데 적극 환영한다”며 “국회의원 전수조사하고 이해충돌 기준을 명확히 해 그에 따라 상임위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