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강남의 데이콤빌딩.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내로라하는 유명기업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한 경우는 거의 유례가 없었기 때문. 게다가 다음 본사를 유치한 제주도에서 사옥 부지와 사원주택 무료 제공, 지방세 감면 등 파격적인 지원을 내걸고 있어서 이 ‘실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앞으로 1~2년간 본사 이전을 위한 단계적 시험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험운영 지역으로 선정된 제주도에는 4월 1차 테스트 연구 인력으로 팀단위 인력을 제주시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 상주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음 이재웅 사장은 지난 18일 우근민 제주도지사, 김태환 제주시장, 부만근 제주대학교 총장 등과 상호 협력 협약서에 조인했다.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서울 강남 ‘테헤란 밸리’에 있는 ‘다음’의 본사 지방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벤처 밸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도 적지 않은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다음의 본사 이전 후보지로 결정된 제주도에는 다음 이외에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업체와 몇몇 IT업체가 본사 이전을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의 본사 지방 이전 계획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추진돼 왔다.
현재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소재 데이콤빌딩과 임대계약이 오는 8월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당초 본사 이전과 관련, 세 갈래 논의가 진행됐었다”며 “갑작스런 본사 이전으로 업무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입주해 있는 건물에 본사를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과 분당·일산 등 서울 근교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 그리고 시공간 한계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인터넷을 매개로 한 기업이라는 이점을 활용,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함께 논의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사의 지방 이전과 관련해서는 모두 세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됐다”며 “강원도 춘천시와 전북 전주시, 그리고 제주도 제주시 등 세 곳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이 본사 이전 후보지로 검토한 이들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각각 다음측에게 일정한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조례제정 등을 통한 지방세 감면 등 지원방안’과 함께,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약속하며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음의 최종 선택은 제주도.
제주도 이전과 관련해 다음의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 춘천, 전주도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며 “춘천의 경우 아무리 빨라도 서울 주요 도심에 도달하는 데 2시간 이상 소요되고, 전주의 경우에도 3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제주도의 경우, 이동수단이 비행기로 국한된다는 약점은 있지만,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면에서는 가장 양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서울로 오는데 비행기로 1시간이면 족하고, 김포공항에서 여의도, 강남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각각 15분, 30분 내외가 걸린다”며 “오히려 자동차, 기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주 이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대학 캠퍼스 이상의 녹지 공간과 복지 시설을 갖춘 최첨단 환경친화적인 사무공간을 확보할 것이며, 제주 지방은 첨단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다음의 본사 이전을 유치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다음의 본사 유치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국제자유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하며 “행정 지원 및 다양한 혜택을 최대한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다음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시책을 추진중이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추진단 강산철 사무관은 “도 차원에서는 지방세 감면 조례가 지난 연말 이미 제정됐고, 수도권 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 투자진흥지구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며 “제주도가 투자진흥지구 지정대상에 포함되면 다음이 지난해 납부한 1백억원대의 법인세를 향후 5년간 감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법예고된 투자 유치 촉진 조례가 통과되면 다음이 본사 이전을 위해 투자하는 시설 투자비의 일정 부분과 고용 훈련 보조금을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밖에도 사무실 부지와 사원주택 등에 대해서도 제주시 차원에서 무상 사용 등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본사의 제주 이전이 실현되기까지 모두 세 단계의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올 4월 1차로 15명 내외 팀단위 인력이 선발대로 파견되고, 올 상반기 중 2차로 40명 내외의 본부단위 인력이 파견된다.
그리고 올 연말 제주시에서 사옥부지로 제공받은 제주대학교 1만 평 부지에 사옥으로 사용될 건물 착공이 이뤄진 뒤, 내년 상반기 건물 준공과 함께 1백 명 이상의 인력이 제주도로 옮겨갈 예정이다.
다음은 약 2년 동안 3차례에 걸친 테스트가 성공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본사 이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