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건설 2세 전봉민, 비상장주식 858억 원…이상직 자녀 이스타홀딩스 지분 168억 원 상당 보유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의정활동 간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의원 전수조사와 규제법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박덕흠 의원이 지난 21일 자신의 이해충돌 논란과 관련해 해명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배정과 소유한 자산 등 이해관계를 고려해 직무관련성을 심사받는다. 현직 의원은 본인 및 직계가족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3000만 원이 넘으면 한 달 이내에 의무적으로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심사 결과 직무와 관련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해당 주식을 매도하거나 금융기관에 맡겨 매각 처리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중 6선 의원은 1명, 5선 의원은 13명, 4선 의원은 19명, 3선 의원은 41명, 재선 의원은 75명, 초선 의원은 151명이다. 일요신문은 2020년 국회공보에 따른 재산공개 내역과 재무제표 등을 종합해 상임위별로 기업인 출신 의원과 가족사업을 영위하는 의원들의 상황을 살펴봤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상임위 이해충돌 논란의 중심에 있다. 건설업 사업영역이 넓어 의원들이 보유한 주식과 기업의 직무관련성 판단이 모호하기도 하다. 국토위 위원 중 기업인 출신은 박덕흠·문진석·소병훈 의원 등이 있다.
박덕흠 의원(3선)은 건설사를 운영해온 기업인 출신이다. 박 의원 가족들은 혜영건설, 원하종합건설, 파워개발, 원하레저, 원화코퍼레이션 등 건설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박 의원은 건설사업과 밀접한 국토교통위에서 6년간 의정활동을 해왔는데, 그 기간 가족회사가 공공기관 수주를 다수 따낸 점이 논란이 됐다. 박 의원은 2014년 혜영건설 14만 7000주, 용일토건 11만 5742주, 원하종합건설 11만 8800주를 백지신탁했다. 하지만 주당 평가금액을 액면가보다 4~8배 높게 불러 백지신탁한 주식이 아직 매각되지 않았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에 대해서도 본인이 3대 주주로 있는 사업체가 소속 상임위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문 의원은 2002년 설립된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 세창이엔텍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문 의원은 세창이엔텍 지분 15%에 해당하는 7만 5010주, 43억 1239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은 정계 진출 전 출판업에 종사했다. 1982년부터 소 의원은 도서출판이삭, 도서출판산하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어린이 서적을 주로 출판해왔다. 현재 소 의원의 배우자가 어린이 서적을 판매하는 도서출판산하를 보유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중에는 강기윤·전봉민·백종헌 의원 등이 기업인 출신이다.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재선)은 LG전자에서 10년간 근무한 후 내연기관 부품 등을 제조하는 일진금속공업을 인수해 대표이사를 지냈다. 강 의원과 배우자 및 장남은 일진금속공업 47만 주, 자회사인 일진단조공업 6만 주 등 41억 3800만 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아들로 건설업에 종사해왔다. 전 의원은 지난 5월까지 이진종합건설 대표이사를 지냈고, 퇴직금으로 21억 2569만 원을 받았다. 전 의원은 이진주택 지분 33%인 1만 주, 동수토건 지분 37.6%인 5만 8300주 등 858억 7313만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아연과 파이프 등을 제조하는 백산금속 대표이사를 지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백산금속 5만 1000주 등 비상장주식 86억 1669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 중에는 성일종·이영 의원이 기업인 출신이며, 윤창현 의원 가족은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재선)은 형인 고 성완종 회장이 운영하던 경남기업의 전신인 대아건설에서 1990년대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성 의원은 1999~2014년 폐기물처리 업체 엔바이오컨스 대표를 맡아 경영하다 소유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사이버보안 전문기업인 테르텐을 이끌며 와이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해왔다. 와이얼라이언스는 신생 벤처기업에 초기 엔젤 투자와 지원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 의원은 테르텐 17만 720주, 와이얼라이언스 4만 2000주를 보유해 20억 3636만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교수 출신이다. 다만 윤 의원의 배우자와 장녀, 차남 등 가족들은 비상장주식 삼우아이앤티 6만 주, 3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 삼우아이앤티는 윤 의원 아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부동산 임대, 컨설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한다.
부동산·주식 등을 다수 보유한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해 이해관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 개원식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도 기업인 출신 위원이 있다. 문체위 간사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은 스타강사 출신으로 정계입문 전 박정어학원을 창업했다. 박 의원은 피앤제이글로벌 3만 9999주, 박정어학원 2만 8034주 등 비상장주식 14억 2700만 원어치를 갖고 있다. 박 의원 배우자는 박정어학원 1만 298주 등 7억 8925만 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장남과 차남은 디멘젼투자자문 비상장주식을 각각 8만 5000주씩 4억 2500만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재선)도 문체위 소속 위원이다. 현대증권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 의원은 2007년 이스타항공을 창업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정무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의 장남은 이스타홀딩스 4000주, 112억 3391만 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다. 장녀는 이스타홀딩스 2000주, 56억 1695만 원 상당을 갖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구조조정 등 문제로 논란이 됐고, 창업자인 이 의원에게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 의원은 24일 대주주 부모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당 탈당을 결정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다. 대학강사로 일하던 한 의원은 IMF 외환위기 시기 쌍용중공업의 자동차사업 부문을 인수해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 한 의원이 이끌어온 효림그룹은 효림에이치에프, 디젠, 효림정공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 의원은 비상장주식 디젠 39만 8235주, 효림에이치에프 8만 4000주, 효림산업 8만 6400주, 효림정공 14만 주 등 327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초선)도 중소벤처위 소속으로 부산의 건설사 서호도시개발을 운영해왔다. 서호도시개발은 이 의원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 의원은 서호도시개발 3만 8000주, 장연다이아몬드관광호텔 1만 4000주 등 62억 7624만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 배우자도 서호도시개발 1만 800주, 16억 4986만 원어치를 갖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초선)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위성정보 전문가인 조 의원은 관련 분야 국내 1호 박사로, 2003년에는 지리정보시스템 업체 지오씨엔아이를 창업해 경영해왔다. 조 의원은 지오씨엔아이 49만 주, 시스템개발 업체 유앤지아이티 9만 주 등 46억 4569만 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보유 중이다. 조 의원 배우자도 유앤지아이티 1만 주, 6468만 원어치를 갖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5선)은 정계 입문 전 가업인 우진서비스(현 부일여객) 대표이사를 지냈다. 부일여객은 부산의 대표적인 버스업체로 서 의원 부친인 고 서석인 회장이 창업했다. 부일여객은 현재 서 의원의 형제가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재선)은 1981년 키위 재배를 시작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1991년에는 키위 수입 개방에 맞서 최초로 농민주식회사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출범시키며 뉴질랜드 키위를 토종형 참다래로 키워냈다. 정 의원은 비상장 IT기업 잇실크로드 8만 주, 7억 3154만 원 상당을 백지신탁했지만 아직 매각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은 백지신탁한 주식이 처분될 때까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의원들이 주식 평가 가치를 높게 잡는 등의 변수 때문에 임기 만료시까지 주식이 매각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된다. 또 상임위별로 의정활동을 아우르는 분야의 명확한 구분이 없고, 의원들의 상임위 이동이 잦아 직무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직무관련성 심사 내역과 기준, 결과 등이 비공개로 진행돼 시민들이 의원들의 이해충돌 여부를 견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모든 이해충돌 상황을 가정해 법률로 만들기는 힘든 만큼 최소한 백지신탁 심사와 직무관련성 심사 내용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