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물적분할 결정…투자 방향,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 삼성SDI는 ‘보수적’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을 알리자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대기업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6개월간 급등한 LG화학 내던진 개인투자자들
배터리 사업부문 분할 결정과 관련 LG화학은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를 확립해 재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그간 석유화학 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터리 투자에 쏟아붓는 상황이었으나, 최근 배터리 부문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분할 및 상장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올해 상반기 전지부문 매출은 5조 원으로, 석유화학(7조)을 따라잡는 수준이 됐다.
LG화학의 청사진과 달리 시장은 동요했다. 분사 추진을 위한 이사회 소집 소식이 알려진 지난 9월 16일과 17일 LG화학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5.37%, -6.11% 하락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해 주식을 내던진 탓이다. 물적분할의 경우 당장은 배터리 신설법인이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남지만, 이후 자금 유치를 위해 상장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지분이 낮아지게 된다. 그만큼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관련기사 LG화학 물적분할, 개미들 어깨만 무거워진다?).
LG화학은 지난 9월 17일 컨퍼런스콜을 열고 발 빠르게 개인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은 “모회사인 LG화학이 절대적인 지분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신설법인은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를 배터리사업에 투자해 기업의 외형과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신설법인의 집중 성장이 기존 주주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설명에 시장은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H-아문디자산운용를 비롯한 운용사들이 주주서한 송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투자 SK이노베이션, 안정적인 삼성SDI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투자금 유치 전략에 눈길이 쏠렸다. LG화학의 분사가 규모의 경제 달성이 절대적인 배터리 사업에 있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수 전제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G화학이 스타트를 끊었고, 나머지 두 기업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분할 및 상장 관련) 고민 이전에 규모의 경제와 시장점유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께 배터리 사업부문 분할이 점쳐진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손익분기점을 2022년으로 예상하는 SK이노베이션의 분할이 삼성SDI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 SK(주)가 지분 33.4%를 보유하고 있는 SK그룹 정유 화학 부문 중간지주사격 회사다. 지난해 4월 물적분할한 SK아이테크놀로지를 포함해 6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6개 사업부문을 영위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 매출은 7288억 원으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SK이노베이션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1.5%(지난해 연결 기준) 수준이다. 2018년 3731억 원이던 배터리 부문 매출은 지난해 7288억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꾸준히 30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에는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1100억 원은 미국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배터리 아메리카의 증권 취득에 활용되고 나머지 자금은 채무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또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테크놀로지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앞두고 최근 프리IPO(상장)를 추진해 지난 9월 23일 프리미어파트너스로부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에 프리IPO를 통해 유치된 투자금은 SK아이테크놀로지 사업을 위해서만 활용될 것”이라며 “아직 배터리부문 분할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밝힌 적 없고,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략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은 시장 초기에 대규모 설비 투자한 LG화학과 달리, 시장이 성숙하고 구체적인 사업파트너가 정해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때문에 공장을 공급사 근처에 세웠고, 최근 해외에서 연달아 공장을 지으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의 혁신공정 계획 발표 등 글로벌 시장 경쟁자를 고려하면 투자와 성장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시 삼성SDI 본사. 사진=연합뉴스
투자금 유치 계획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자소재와 소형전지가 안정적인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554억 원을 기록해 전년(3973억 원)대비 급격히 줄었으나, 전자재료 부문에서 2018년 3175억 원, 2019년 40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재무적인 부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만큼 투자금 유치에 관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철완 교수 또한 삼성SDI가 보수적인 성향을 가져갈 것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삼성SDI는 소형전지에서 두각을 보였으나,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는 성장 타이밍을 놓치고 이제 추격하는 단계”라며 “최근 중대형 전지 사업의 사이즈가 커졌지만, 타사처럼 공격적인 투자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