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법인 기여한 몫보다 자산 더 챙겨가…주가 하락 타격에 국민연금 ‘제동’ 가능성도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LG화학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LG화학은 이날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설법인에 현금 몰아줘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내면서 기준이 된 것은 자산비중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LG화학 전지 부문 자산은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매출액 비중은 37%, 영업이익 비중은 13% 수준이다. 분할 계획안을 보면 신설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자산과 부채의 35%를 넘겼다. 그런데 유동자산은 절반을 넘긴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8%를 몰아준다. 부채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를 30%, 상환기일이 더 오래 남은 비유동부채 40%를 넘긴다.
그 결과 유동비율은 LG화학이 104%, LG에너지솔루션이 235%가 된다. 누가 봐도 LG에너지솔루션이 알짜를 챙긴 것을 알 수 있다. 2017~2019년까지 평균을 내 보면 LG화학은 매출 27조 원에 영업이익 1조 6870억 원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로는 6.1%다. 전지 부문은 6조 4700억 원 매출에 72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동안 전지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다른 사업부문에서 번 돈을 가져다 썼던 셈이다. 재무적으로는 회사에 기여한 것이 적은데 독립하면서 더 많은 살림을 가져가는 모양새가 됐다.
#대주주 책임경영 논란
전지 부문 육성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분할의 명분이다. LG화학 부채는 2017년 11조 6220억 원에서 지난해 말 20조 7339억 원으로 급증했다. 돈을 더 빌리기 어려우면 자본을 늘리는 것이 정공법이다. 지주회사 (주)LG의 LG화학 지분율은 30%에 불과하다. 증자를 하면 대주주에는 부담이지만 (주)LG가 돈이 없지도 않다. (주)LG의 현금성자산은 9315억 원에 달한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말 1329억 원에서 7배가량 급증했다. LG화학이 1조 원을 증자하면 (주)LG가 3000억 원을 내야 한다. 3조 원 규모의 증자는 감당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 구본무 회장 때는 연간 2000억 원대 안팎에서 현금배당이 이뤄졌다. 2017년도 배당도 2287억 원이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진 2018년과 2019년도분 배당은 각각 3517억 원, 3869억 원으로 급증한다. (주)LG의 순이익(별도)은 2017년 9527억 원에서 2018~2019년 5000억 원대로 쪼그라든다. 배당이 늘면 최대주주인 구 회장이 가장 많은 돈을 받게 된다. 상속세의 중요한 재원이다. 구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5억 4000만 원으로 20년 넘게 재직했던 구본무 전 회장의 5억 8000만 원과 비슷하다. 급여도 역시 상속세 재원이다.
#테슬라가 끌어줘도 시장 평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는 2차전지주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측됐던 행사다. 하지만 LG화학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행사 전일 앨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파나소닉과 LG전자 등의 배터리 구매를 줄이지 않겠다”고 발언한 힘으로 1%대 반등을 했지만 정작 행사 당일에는 기관과 외국인 매도가 동시에 쏟아지며 힘을 쓰지 못했다. 증권사 등이 물적분할에 긍정적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인 셈이다.
LG화학으로 올해 큰 수익을 기대했던 국민연금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현재 LG화학 지분 10.5%를 보유한 2대주주다. 9월 들어 15% 이상 주가가 하락하면서 최소 5000억 원 이상 평가이익이 증발하게 됐다. 올해 국민연금 주식 수익률이 시장을 하회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타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LG화학 분할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찬성하는 한 국민연금의 힘만으로 주총에서 승부를 뒤집기는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