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LG 사령탑 교체 주목…약점 없는 SK 독주 여부·이슈메이커 이대성 활약 관심사
프로농구가 돌아온다. 9일 개막을 앞두고 KBL은 컵대회로 예열한 바 있다. 사진=KBL 제공
이번 시즌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2팀의 사령탑이 새얼굴로 교체됐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떨어지며 시즌 도중 추일승 감독이 사퇴했던 고양 오리온에는 강을준 감독이 부임했다. 2008년부터 2011년 창원 LG를 맡았던 당시 작전타임 때마다 “승리할 때 영웅이 나타난다” 등의 철학적 언변으로 ‘성리학자’라는 별명이 생기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강 감독은 LG 재임 기간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개근했지만 모두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2011년 이후 장기간 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처지며 반등이 필요한 오리온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강 감독은 시즌 전 열린 컵대회부터 반전을 만들어냈다. 10개 구단과 상무(국군체육부대)까지 참여한 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9년 만의 복귀전에서 우승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단기전으로 치러진 컵대회 우승이 이어지는 정규 시즌에서 성적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성과였다.
지난 3시즌간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경험한 LG에는 조성원 감독이 부임했다. 이전까지 WKBL과 대학농구에서 감독 경험은 있었지만 KBL에선 최초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선수시절 LG 유니폼을 입고 MVP를 수상했고,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했던 좋은 추억이 있기에 팬들은 환영했다. 특유의 점프력에 ‘캥거루 슈터’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캥거루 슈터’로 명성을 날렸던 조성원 감독은 사령탑으로 창원 LG에 돌아왔다. 사진=KBL 제공
#2020-2021 챔피언은 SK?
지난 6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는 10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모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의 대표 질문인 ‘우승 후보’를 꼽는 질문에 대다수가 서울 SK를 지목했다. 당사자 문경은 SK 감독과 유도훈(인천 전자랜드), 유재학(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제외한 7명이 SK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유재학 감독은 “다들 SK를 말했다. 그래서 오리온을 꼽겠다”며 SK를 견제하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SK는 원주 DB와 함께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공동 1위로 마무리한 강팀이다.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 국가대표를 오가는 자원들이 즐비하고 김민수, 송창무, 최부경 등 빅맨진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자밀 워니, 닉 미네라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 2명이 강점으로 꼽힌다. 2명 모두 KBL 무대 경력자면서 뛰어난 기량을 펼쳐 보인 바 있다. 미네라스는 지난 시즌 삼성 소속으로 평균 20.95점을 기록하며 평균득점 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는 SK 소속으로 워니 뒤를 받치는 2옵션으로 활약할 전명이다.
또 김민구, 김창모 등 전력 공백이 있는 DB와 달리 SK는 지난 시즌 전력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우동현이 KGC로 이적하고 전태풍이 은퇴했지만 SK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인물들은 아니었다. 3시즌 전인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당시의 전력부터 큰 변화가 없으며 안영준, 최준용 등 젊은 선수들은 경험을 더욱 쌓았다. 지난 시즌에는 가드 최성모마저 식스맨상과 수비 5걸을 수상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문경은 감독을 흡족케 했다.
지난 시즌 공동 1위를 차지했던 SK는 경쟁자들이 꼽는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됐다. 시즌 전 컵대회에서는 결승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식스맨들을 데리고도 성적을 냈다’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사진=KBL 제공
#주목할 인물, 이대성
미국 대학 유학, G리그(NBA 하부리그) 도전 등 비범한 길을 걸어온 이대성은 이번 시즌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깜짝 트레이드(현대모비스→KCC)’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양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를 모은 첫 무대인 컵대회에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인기가 하락하고 이야깃거리가 줄어드는 KBL에서 이대성은 몇 안 되는 이슈메이커였다. 2018-2019시즌 팀에 우승을 안기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지만 스스로 연봉을 낮추며 화제를 모았다. FA 계약을 1년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그 1년을 채우기도 전에 귀화선수 라건아와 함께 KCC로 트레이드됐다. 기존 KCC의 이정현, 송교창과 함께 ‘슈퍼팀이 결성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즌을 마친 이대성은 결국 계약기간 3년, 보수 총액 5억 5000만 원에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다.
KBL 연봉순위 30위권 밖에 있던 이대성은 김종규(DB, 7억 1000만 원), 김선형(SK, 5억 7000만 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이다. 그는 선수생활 내내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가드 포지션에서 큰 키와 뛰어난 운동능력, 자신감 있는 플레이는 고평가를 받았지만, 과감함이 독이 된다는 지적도 받았다. 선수생활 내내 그를 괴롭혔던 부상도 이겨내야 한다.
이대성은 FA 자격을 얻고 보수 총액 5억 5000만 원에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KBL 제공
KBL 1호 일본인 선수 나카무라 타이치(DB)의 활약 여부도 관심거리다. KBL은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다른 아시아 리그와 선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도입 1년차, 일본인 선수에 대해 한정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추후 다른 아시아 리그로 범위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원주 DB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 B리그 교토 한나리즈에서 뛰던 일본 국가대표 출신 나카무라 타이치를 영입한 것이다.
이상범 감독과 깊은 인연이 영입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DB 지휘봉을 잡기 전, 일본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던 시절 고등학생이던 타이치를 지도한 사연이 있다. 타이치는 자신이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이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DB에 입단했다. ‘쇼케이스’였던 컵대회에서는 강팀 SK를 상대로 27분 38초를 뛰면서 15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3턴오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1997년생 젊은 나이기에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