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vs 달러’ 총성만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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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산에서 열린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폐막한 뒤 만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왼쪽)과 허남식 부산시장(가운데 오른쪽)이 회의참석자들과 함께 막걸리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5∼6일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심각한 불균형에 처한 각국 경제를 조율할 수 있는 환율을 둘러싸고 각국 간 다툼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것이다.
근대 경제학의 근간이 된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사회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도록 이끄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명명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손이 수급과 소비에 맞춰 가격을 결정짓는 시장의 기능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국제화된 세계 경제에서 각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이뤄주는 역할을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무엇일까. 바로 환율이다. 환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 국가에는 엄청난 무역흑자가, 다른 국가에는 엄청난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게 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윤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 국가에 무역수지 적자가 나면 들어오는 달러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오르게 돼서 수입도 줄어든다. 흑자가 난 국가는 환율이 내려가게 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흑자도 줄어들게 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유럽의 경우) 16개국이 유로를 사용하니까 경제력 격차가 나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나도 환율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적자를 내는 나라는 통화금융정책을 할 수가 없어서 계속 끌려가게 된다. 무역수지 적자 국가는 재정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흑자국과 적자국 간 공생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은 겉으로는 단합이 되어 있는데 갈등이 굉장히 많다. 유로 발족 10년인데 체제 내에서 내부적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이번 그리스 사태도 그렇고, 진퇴양난”이라고 덧붙여 환율 기능 상실에 따른 유럽사태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단일 통화 사용으로 환율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발생한 유럽 내부 불균형이 이번 재정위기를 불렀다면, 미국과 중국 간 환율 문제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가져오면서 또 다른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달러당 6.83위안으로 환율을 고정시켜놓고 있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서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데 반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위안화 문제를 불법 무역 보조금 차원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129명의 미 하원의원이 정부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하도록 요구한 것도 환율의 기능상실에 반발하는 것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이 (부채 해결을 위해) 저축률을 높이려면 일본과 유럽의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 중국이 더 유연한 환율정책을 펴는 것도 불균형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환율 문제는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면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여기에 에너지 보조금 문제를 놓고도 양국 간 감정싸움을 벌였다는 전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고려해 에너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했지만 개발이 급한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위안화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에너지 보조금으로 확대되면서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까지 간 것이다.
그러나 재무장관이라는 고위직 관료들답게 이 문제는 세련된 방법으로 일단락됐다. G20 재무장관들이 발표한 공동 코뮤니케(선언)에 담긴 ‘… 보다 지속가능하며, 보다 균형 잡힌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하였다’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윤 장관은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환율 조정이 필요하다. 이 표현에 이미 환율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