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장모 주가조작 의혹 무혐의에도 ‘녹취록’ 발목…대검 국감 즈음 윤 총장 ‘약점’ 드러날 수도
2019년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 총장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이미 올해 초 의정부지검에서 한 차례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졌다는 게 윤석열 총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해명이다. 하지만 최근 드러나고 있는 각종 증거들은 윤 총장에게 불리하다. 윤 총장의 장모가 ‘주가조작을 주도했다’는 녹취록 등이 나오면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성윤 지검장을 필두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언유착’ 사건 때부터 각을 세웠던 바 있다. 수사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수사 속도를 감안할 때,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이뤄질 10월 22일 즈음에는 윤 총장의 ‘치명적 약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재배당
사건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9월 7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조대진 변호사는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와 사문서 위조 등 의혹을 받는 장모 최 아무개 씨 등을 고발했다. 고발 내용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새롭게 포함됐다.
친여권 인사들도 때맞춰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9월 17일 진정서를 검찰과 법무부에 제출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의혹 사건을 다른 부서에 재배당한 것에 대한 빠른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들은 “현직 검찰총장의 처와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정의 기준이 다르면 안 된다”며 “국민을 위한 ‘보편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꼭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발 다음날인 8일, 관련 의혹을 다룬 사건들과 고발 사건을 합쳐 형사1부에서 형사6부로 수사 주체를 바꿨다. 서울중앙지검은 재배당 이유를 “인사이동 이후 형사부 사건 및 업무 부담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에 따른 수순”이라고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사건을 재배당한 것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사건을 맡게 된 사법연수원 33기인 박순배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 가장 잘나간다고 하는 순천고 라인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기적으로 하는 보고조차 생략하는 때가 있을 만큼 서로 불편한 관계 아니냐”며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총장 수사를 하고자 하는 의지는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군부대 휴가 특혜 의혹으로 국정감사의 뜨거운 논쟁을 앞두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이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국민께서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바로 그런 상명하복 관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많은 질타가 있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서 경제정의, 사법정의 이런 것이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한 셈이다.
실제 추미애 장관 발언 10여 일 뒤인 9월 2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총장 장모와 부인 김건희 씨를 소송 사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정 아무개 씨를 소환 조사했다. 정 씨는 윤 총장이 결혼하기 전인 2003년 윤 총장 장모 최 씨와 부동산 관련 금전 거래로 소송전을 벌이다 실형이 확정됐던 인물이다. 윤 총장의 사건 개입 의혹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수사팀은 이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고발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변호사)과 조대진 변호사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총장의 장모와 부인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성윤 지검장(사진)을 필두로 윤석열 총장과 검언유착 사건 때부터 각을 세웠던 바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뭇 다른 수사팀 분위기
이미 올해 초 한 차례 수사를 통해 대부분 무혐의가 났던 사안이지만, 이번 수사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부동산 거래 및 사기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사문서 위조와 사기 건, 또 2011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의 혐의를 두고 올해 초 의정부지검이 수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김건희 씨에 대한 사문서 위조와 사기는 3월 27일 의정부지검에 의해 무혐의 처리가 나왔다. 장모의 사문서 위조만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후 추가로 나온 언론 증거들이 윤 총장 가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 관련, 장모 최 씨가 “주가조작에 관련된 사람은 딸이 아니라 본인”이라고 인정하는 녹취파일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최 씨는 통화에서 “딸이 아니라 내가 주가조작을 직접 주도했다”고 직접 발언했다. 주가조작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부분이지만, 스스로 발언을 뒤집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씨가 관여돼 있다는 경찰 내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었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초 의정부지검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내용들이 나온 만큼 재수사에 대한 명분이 펼쳐진 것은 맞다”며 “당초 윤석열 총장 측에서는 ‘이미 수사를 했던 내용이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녹취록들이 나온 후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의정부지검 수사 때 사안에 대해 아예 보고를 받지 않았던 윤석열 총장은 이번 수사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지 않는 선택으로 정치적인 비판을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감을 앞두고 민감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수사 속도를 감안할 때 10월 22일 예정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맞춰 압수수색이나 윤 총장 가족들 소환 등, 굵직한 수사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미 의정부지검에서 이뤄진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드러난 의혹만 확인하면 되기에 수사팀이 일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