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주택과 숙박시설 이격거리 관련 질문에 “그런 법도 있느냐” 반문
송도해수욕장 이진베이시티 인근 기존숙박시설(노란점선), 관광숙박시설(청색점선), 생활형숙박시설(빨간점선)이 병풍처럼 주택밀집지역을 에워싸고 있다.
[부산=일요신문] 부산시 서구 송도해수욕장 한진매립지에 들어서는 송도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송도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이 바로 앞에 생활형숙박시설인 ‘송도 유림 스카이오션 더 퍼스트’(유림스카이오션) 건설이 허가되자 집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는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공동주택으로 1368가구가 입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송도힐스테이트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바닷가의 절경은 입주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이러한 이유로 입주도 안한 아파트가 벌써 시세가 치솟는 등 송도 일대 최고의 아파트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송도힐스테이트 전후 측방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주거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일종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주택밀집지역과 숙박시설은 이격거리를 두어 국민의 정온한 생활환경 등 정주환경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자체의 판단에 맡긴 게 서구청의 유림스카이오션 허가처럼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 서구청은 법률에 따르는 위법행위는 하지 않았으나, 1368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 아파트 바로 앞에 과도한 권한으로 법률이 정한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건축을 허가해 비난을 받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는 일반상업지역에 원칙적으로 아파트허가는 불허이지만 연면적 90% 이하일 경우 건축허가가 가능하고, 숙박시설의 이격거리는 대지의 용도를 기준으로 하기에 인근에 일반거주지역과 떨어져 있으면 가능하다. 일반상업지역에 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곳은 이격거리가 해당되지 않는다. 법의 허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만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송도힐스테이트는 입주 후 유림스카이오션 허가가 진행됐다고 가정한다면, 입주민의 극심한 민원으로 건축허가를 하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구청은 입주자의 집단행동이 있기 전에 서둘러 허가를 단행했다.
특히 기자가 서구청 건축과 관계자에게 ‘주택밀집지역 앞에 숙박시설 허가는 이격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는 “그런 법도 있느냐”며 역으로 되물었다. 정부가 정한 이격거리 규정 따위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은 게 드러난 셈이다.
한편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 자료에 따르면 “생활형숙박시설은 주택밀집지역과 공간적으로 구분하여 접근의 곤란성이나 시각적·청각적인 측면에서 차단하는 기능 정도의 지형지물이여야 하며 이는 도시·군계획조례로 정하는 거리 밖에 있는 대지에 건축하는 것은 허용한다. 주택밀집지역은 실질적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는 주택의 입지가 이루어진 곳으로 현지 여건을 고려하여 지자체가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