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 이광구 전 행장, 자회사 고문으로…금감원장 “채용비리 직원 채용취소법 논의할 것”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가 13일 우리은행 채용비리 거짓 사과 규탄 및 피해구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허일권 기자
이날 기자회견 주최 측은 “검찰 수사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혐의가 밝혀진 지 3년이 지났고 대법원에선 유죄 확정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7년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은행장과 간부들이 자회사 임원 등으로 자리를 옮겨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 자회사인 ‘윈피앤에스’의 고문으로 취임해 2억 8000만 원 연봉에 차량과 기사를 제공받고 있다. 당시 인사 책임자급이었던 간부들도 같은 회사 고문으로 취임했다. 벌금형을 받은 다른 두 간부는 우리카드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3월 이광구 전 행장은 대법원에서 채용비리가 인정돼 2심과 같은 징역 8개월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 전 행장은 지난해 1월부터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형기 만료로 지난해 9월 석방됐다.
주최 측은 채용비리에 대한 후속조치도 미흡하다고 지적도 제기했다. 지난 10월 8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재판기록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4곳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이 났지만, 부정채용자 61명 중 41명이 여전히 근무 중이다. 그중 우리은행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유죄로 판결된 29명 중 19명이 근무 중이다.
앞서 2017년 금융감독원은 국회에서 제기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시중 11개 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 결과, 7개 은행에서 채용점수 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이 이뤄진 것을 확인돼 기소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은행이 피해자 특정이 어려워 구제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를 구제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국회가 우리금융그룹에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채용비리 특별법 제정 등 대책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들의 채용을 취소하는 법 제정 문제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