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성추문 책임’ 무공천 주장도…‘대선 전초전’ 포기 어렵고 당내 교통정리도 쉽지않아
2017년 국무총리가 되자마자 심상정 당시 당 대표를 찾은 이낙연 의원. 사진=일요신문 DB
민주당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7월 만들어졌다.
민주당 내에선 원칙대로 가자는 안과 당헌을 바꿔서 서울시장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7월 “우리 당헌·당규만 고집하기엔 너무 큰 문제가 돼버렸다”며 공천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된 만큼 후보를 내지 말자는 반박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불거졌다는 점에서도 당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심상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민주당으로선 당헌을 지켰다는 명분과 함께 최소한 국민의힘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주지 않는 실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때 우군이었지만 지난 4월 총선 전 등을 돌린 정의당과의 관계 개선도 노려볼 수 있다.
심상정 의원 개인과 정의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현재 정의당 정당 지지율은 4~5% 수준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상대로 서울시장을 따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헌대로 공천을 하지 않고 심 의원이 범진보 공천을 받아내면 승산은 높아진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고개를 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집권당 입장에선 ‘대선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자리를 쉽게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서울시를 무공천하면 자연스레 부산시장 선거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내 교통정리도 관건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우상호 박주민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후보로 오르내린다.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내부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심 의원 측과 여권이 모종의 ‘빅딜’을 통해 이런 걸림돌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심 의원이 벌써부터 이낙연 대표 측과 물밑에서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도 주장했다.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달리 할 말 없다. 요즘 쉬고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당분간은 쉬려고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낙연 대표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답이 없었다. 당 대표 비서인 오영훈 의원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바 없다. 당 대표에게 확인하기도 맞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