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프리미엄 줄어, 비대면 대국 맞춤 훈련 더 개발…최정 중국 최강 위즈잉보다 앞선 느낌”
초기 사령탑은 유창혁이 맡았다. 2016년 겨울, 목진석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감독이 바뀌면서 코치진도 박정상, 홍민표 등 젊은 세대로 대폭 교체되었다. 소통을 강조하며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다. 특히 영재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듯했다. 2019년엔 희비가 엇갈렸다. 남자 국대 선수들의 성적이 아주 부진했다. 특히 삼성화재배 8강 전원탈락은 1996년 이 대회를 창설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몽백합배도 16강에서 모두 떨어져 위기감이 더 커졌다. 연말에 감독과 코치진 전원 사퇴 이야기까지 나왔다.
반면 최정을 필두로 한 여자 국대 선수들은 세계무대를 휩쓸며 탄탄한 저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처음 열린 세계대회 오청원배에서 참패를 당했다. 최정, 오유진, 김채영, 오정아, 김은지까지 최강 멤버가 출전해 단 한 명도 4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여자 국대도 위기가 온 걸까. 최근 국가대표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요신문이 여자대표팀 박정상 코치를 만났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청원배에서 참패를 당했다. 최강 멤버가 출전했지만 단 한 명도 4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오청원배 16강 한국선수 대국 장면. 사진=한국기원 제공
―우선 최근 국가대표팀 구성은 변화가 없나.
“감독 1명, 코치가 3명이다. 목진석 감독이 전체 선수를 관리를 책임진다. 남자팀은 홍민표 코치, 여자팀 코치 박정상, 청소년대표 코치 조인선이 있다. 남자 국가대표 상비군은 신진서, 박정환을 포함해 총 17명이다. 남자 국대는 1조와 2조로 나뉘어 있다. 3개월 동안 더블리그로 진행한다. 성적에 따라 올라가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내부 점수 체계에 따라 6개월 기준으로 탈락자가 생기면 선발전을 치러 충원한다. 가장 최근 1년 성적으로 세계대회 출전권을 부여한다. 여자 국대가 8명, 청소년 국대가 8명이다. 전체 시스템은 비슷하다.”
―구체적인 훈련 시스템은 어떤 방식인가.
“기본적으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중적으로 연구와 훈련을 하고 있다. 여자 국대는 월·화는 내부리그전, 수·목·금은 AI(인공지능) 초반 연구와 중반전술 강의, 기술위원(이영구 외 14명)과 스파링과 같은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AI 연구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지금은 중국AI 골락시를 메인 분석툴로 활용한다. 승패수당이 있는 자율리그도 운영한다.”
한국여자국가대표팀 코치 박정상 9단.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작년 성적만 보면 남자는 살짝 밀렸지만, 여자바둑은 중국을 압도했다. 일본에서 열린 센코배 외에는 황룡사배, 오청원배, 궁륭산배, 천태산배 우승을 모두 한국이 휩쓸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 이미 열렸어야 할 여자대회들이 대부분 연기되었다. 오청원배가 여자대회로는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치러졌다. 물론 결과는 아쉽다. 개인적으로 대면 대국에서 받는 압력이 적어진 일본기사와 중국 신예가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여자기사들이 지닌 강자 프리미엄이 적어진 거다. 앞으로 인터넷대회를 위한 맞춤방식 훈련을 더 만들 계획이다. 이번 대회 하나로 성공과 실패를 논하긴 이르다. 아직 일정이 안 정해진 대회들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한국 랭킹 1위 최정이 16강에서 일본 신예 우에노 아사미에게 패했다. 대단한 선수인가.
“우에노 아사미는 기풍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투형이다. 가끔 강자도 잘 잡는다. 한 방이 있지만, 안정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그 대국은 최정 선수에게 느슨한 수가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우에노 아사미가 잘 둔 내용이다. 최정도 이번 패배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은 눈치다.”
―외국기사들 전력분석도 많이 할 텐데 중국과 일본에서 주목하는 기사는 누군가.
“일본은 스미레가 최근 여류기성전에서 11세 7개월로 본선 최연소 승리기록을 세웠다. 아직 실력이 여물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대되는 기사다. 중국은 저우홍위와 우이밍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4년생 탕자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래도 중국에서 가장 잘 두는 기사는 역시 위즈잉이다. 감각이 좋다. 원래 활동적인 친구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에서 인터넷 바둑만 두면서 실력이 더 다져진 느낌이다. 세계여자바둑은 최정과 위즈잉이 최상위 랭커임에 변함이 없다. 서로 연승하다 연패하는데 최근에는 최정이 살짝 앞선 느낌이다.”
작년 제8회 천태산배에서 9전 전승으로 우승한 한국팀. 왼쪽부터 박정상 코치, 김채영, 오유진, 최정. 사진=한국기원 제공
―현 여자 국대 팀원 8명은 누구인가.
“여자대표팀은 항상 열려있다. 창설부터 현재까지 선발전 참가자격이 ‘한국 국적 여자기사’다. 남자 국대는 선발전 참가에도 랭킹 제한규정을 두었지만, 여자 국대는 실력만 있다면 나이와 랭킹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엔 구성원이 대폭 물갈이되었다. 여자랭킹 1위 최정은 내부 리그는 참가 안 하고, 훈련만 함께한다. 지난 5년 동안 거의 고정 멤버였던 랭킹 2위 오유진은 이번 시즌엔 체력적인 문제로 좀 쉬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에 함께 했던 멤버 중에선 김채영, 김다영, 오정아, 조승아만 남았다. 지난 8월에 열린 선발전에선 10명이 두 개조로 풀리그를 펼쳤다. 최종 권효진, 강다정, 박소율, 정유진 선수가 국대에 들어왔다. 8명 중 권효진이 가장 맏언니다. 선발전은 1위로 뚫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모범이 되고 있다.”
―코치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 중국 저장성에서 열렸던 천태산배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 대 3 단체전인데 한국은 최정, 오유진, 김채영이 출전했다. 중국, 일본, 대만 팀을 상대로 단 한판도 지지 않았다. 우승을 결정지은 날 기쁜 마음에 깊은 이야기도 나누며 선수들의 고충도 들었다. 나중에 대부분 훈련시스템에 반영했다. 이렇게 소통하는 과정이 코치로서 보람이다. 우리 여자기사들은 다 마음이 착하다. 부족함이 많은 코치도 믿고 잘 챙겨준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