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백면 은성마을 저수지 오염 및 악취 원인 밝혀져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산 95번지 축산폐기물 불법 매립지 발굴 현장. 남윤모 기자
[진천=일요신문] 음식물 쓰레기 불법투기 및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에서 15일 축산 분뇨 불법 매립지가 발견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은탄리는 지난 2017년 초부터 음식물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로 주민들이 불법폐기물투쟁위원회(위원장 정광훈)을 구성, 진천군에 마을과 주민 피해 사항을 전달하고 산에 불법으로 투기된 음식물 쓰레기 약 3만t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진천군은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한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해결책으로 지난해 9월께 이월면 매립장에 2억여 원을 들여 표면만 퍼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로 인해 한여름에도 파리와 악취로 창문을 열지 못하고, 산 아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은성소류지에 쓰레기 침전물이 흘러들며 오염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소류지는 인근 논과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로, 쓰레기 불법투기 전에는 가재를 비롯한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서식하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송사리 한 마리 살지 않는 죽음의 연못으로 변해 지난해 저수지 물로 농사를 지은 벼, 고구마, 고추 등 농산물은 주민들이 거의 다 폐기해야 했다.
이날 발견된 축산 폐기물은 불법 매립에 대한 소문만이 전해지던 곳으로, 그동안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발굴 작업을 하지 못했다.
불법으로 매립된 축산물 폐기물과 각종 쓰레기가 발굴되고 있다. 남윤모 기자
은탄리 불당산은 군유지와 사유지가 맞닿은 곳으로, 진천군은 그동안 군유지에 투기된 음식물 쓰레기 3만여 t의 처리에만 신경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은 진천군에 축산 폐기물 불법매립 위치를 발굴해 줄 것을 몇 차례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군과 별도로 경비를 마련해 발굴에 나섰다.
주민 10여 명과 진천군 및 언론 관계자 등 20여 명이 모여 굴삭기로 발굴작업을 시작하자 곧바로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부숙되지 않은 왕겨와 엉켜 있는 축산 폐기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폐기물은 약 2~2.5m 정도의 노변에서 겹겹이 쌓인 채로 나왔으며, 주민들은 1000~2000여 t 정도 매립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폐기물은 약 1500㎡의 공터 중 의심되는 곳 4군데에서 발굴됐다.
정광훈 위원장은 “이 축산 폐기물은 (매립된 지) 3년이 됐으며 작년에는 침출수가 나와 굴삭기로 파다가 실패했다”며 “이 침출수가 수계를 따라 소류지는 말할 것도 없고 식수원인 지하수까지 오염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천군에서 상수도를 연결해 식수는 해결됐지만,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강산이 모두 오염돼 군에 정확한 해결책을 요구했는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이 없다”며 “주민들이 3년 동안 진천군에 수십 차례 오염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장을 방문한 당시에만 임시방편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로 모면하고 지금까지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 아래 마을에 있는 소류지가 불법 폐기물 침출수로 오염돼 핏빛으로 변해 악취를 풍기고 있다. 남윤모 기자
은탄리 은성마을 새마을지도자 조성현씨는 ”농작물 피해로 논에 있는 벼가 타 죽었고 악취로 마을이 큰 고통을 당했다”고 분개했다.
김진범 이장은 “이번에 발굴된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군에서 빠른 조치를 해 주민들의 피해를 줄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천군 환경과 관계자는 “현재 불법 매립된 폐기물 종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주민들이 주장하는 축산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인 것으로 보이며 바로 앞에 적치됐던 음식물 쓰레기 3만여 t과는 종류가 다르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해 성상이 파악되면 불법투기 행위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그 이후 군이 처리할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