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밥상
갯벌과 황토의 경이로운 만남 전라남도 무안. 낙지, 양파, 황토고구마, 식용해파리까지 숨 쉬는 땅속에서 찾은 명품 먹거리들.
완연한 가을 하늘 아래 검고 붉은 땅 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시절을 이겨낸 사람들이 결실의 계절을 맞았다. 세월을 품은 땅에서 배운 지혜와 손맛으로 풍요로운 밥상을 차린다.
검은 갯벌과 붉은 황토가 끝없이 펼쳐진 전남 무안.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갯벌과 유난히 붉고 비옥한 황토의 만남은 무안 특유의 깊은 풍미를 만든다. 드넓은 황토에서 자란 양파를 그릇으로 삼아 거기에 갓 잡은 세발낙지와 각종 해산물을 넣은 찜, 버릴 게 없는 고구마의 끝순으로 만든 끝순지, 소고기와 낙지를 버무린 쫀득쫀득한 육회낙지무침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무안의 맛을 만난다.
해제면 창매리. 선선해진 날씨 따라 세발낙지잡이가 한창이다. 무안으로 시집온 김미경 씨는 아직도 갯벌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물들이 신기하다. 처음 이곳에 와 모든 게 낯설던 그녀를 마음으로 안아준 건 바로 두 시누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보살핌은 받은 김미경 씨 역시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시누이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도 세 사람은 함께 대롱(동죽)을 잡으며 끊임없는 웃음꽃을 피운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재료를 척척 챙겨와 음식을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됐다. 서로 나누고 위하는 세 사람이 정성스레 담은 배려의 맛을 만난다.
큰 시누이가 만든 양파찜이 먹고 싶은 날 세 사람은 일사천리로 재료를 준비해 모인다. 양파를 그릇으로 삼아 낙지와 각종 해산물 볶아 넣고 양파 뚜껑을 닫아 찌면 완성. 찜 요리 후에 이번엔 국물 요리다. 갓 잡아 온 대롱(동죽)을 낙지와 함께 넣고 탕을 끓이는데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대롱의 짠맛이 우러난 덕에 시원한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기수식용해파리 물회부터 미경 씨의 특기, 연꽃 모양으로 담근 양파김치까지. 사이 좋은 시누이올케가 만든 밥상 위에 그녀들의 아름다운 인생이 차려진다.
현경면 용정리에는 바닷물을 길어 고구마밭에 뿌리는 가족이 있다. 일명 해수 농법이다. 이맘때는 해수로 기른 친환경 제철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고구마를 키운 또 하나의 일등 공신을 꼽자면 바로 무안의 드넓은 황토다. 붉은 땅을 맨발로 밟는 감촉이 그 무엇보다 좋다는 김현희 씨는 남편의 고향인 무안으로 돌아와 고구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김현희 씨에게 자식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는 고구마. 삼시 세끼 고구마를 먹어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지난해 며느리가 생기며 함께 고구마 밥상을 만드는데 재미를 붙였다.
‘고구마 엄마’ 김현희 씨는 그 별명답게 만드는 음식마다 고구마를 넣는다. 그중 최고는 삼색고구마 돼지갈비찜이다. 설탕 대신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 그리고 자색고구마를 넣고 단맛을 낸다.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고구마의 단맛은 뙤약볕에서 밭일할 때에도 떠오른다는데.
밭에서 한 끼 식사 대신 먹기 위해 만든 자색고구마 단술. 이뿐만이 아니다. 고구마의 이파리부터 뿌리까지 모든 부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끝순까지 음식에 활용한다는데. 고구마에 대한 애정으로 차려낸 달콤한 한 상을 만난다.
이밖에 무안군 동남무 일로읍의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에서 맛보는 연근 요리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