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만 맡아보고 ‘시큰둥’
그렇다면 외국 고위 관료들에게 막걸리는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안타깝게도 ‘아무런 인상도 남겨놓지 못했다’는 것이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예 외국 고위 관료들이 막걸리에는 입조차 대지 않았던 탓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 만찬에서는 비빔밥이 주 메뉴로 나오고, 갈비와 농어구이 등도 소개됐다. 외국 고위 관료 중 와인과 함께 만찬주로 나온 막걸리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G20 재무장관 회의 만찬자리에서 와인잔에 와인과 함께 막걸리를 따라 놓았다. 막걸리 색깔이 외국인들에게 익숙지 않은 색깔이라는 점을 감안해 막걸리가 쌀로 만든 우리나라의 고유한 술이고 건강에 좋다고 소개했지만 외국 관료들은 막걸리 냄새만 맡아본 뒤 입을 거의 대지 않았다”면서 “외국인들은 술의 향을 즐기는데 막걸리에서 신 냄새가 나는 탓에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또 막걸리가 다른 술보다 점성이 강한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막걸리가 와인과 달리 주 요리와 함께 마시는 술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즐기는 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막걸리가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인기가 없었던 것에 대해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치면서 막걸리가 외국인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아직 막걸리를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에 알린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예선을 거쳐 배상면주가의 ‘내고향 명품 막걸리’ 맑은내일의 ‘누보 막걸리’ 순천주조공사의 ‘나누우리’ 등 ‘우리나라 대표 막걸리 16강’을 뽑았다. 이어 서울시는 지난 12∼13일 서울 무교동 일대에서 16강에 뽑힌 막걸리를 대거 참여시킨 ‘G20 성공 기원 2010 막걸리·한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막걸리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