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보다 죽인 개가 더 많아, 마취 없이 죽이기도…동물보호단체 “지자체 직영 전환해야”
#불법 안락사도 횡행
경남 의령군 보호소에서 불법 안락사를 하는 모습(왼쪽)과 전남 보성군보호소에서 불법 안락사한 개 사체.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살아있었다.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현장 영상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남의 A 유기동물보호소의 최근 3년 동안 연도별 유기동물 처리 현황을 받아 본 결과, 이 보호소는 2018년에는 118건, 2019년에는 178건, 2020년 8월 기준으로 116건 등 매년 100건 이상의 안락사를 시행했다. 원인불명, 질병 등으로 자연사한 동물은 연도별 각각 34마리, 36마리, 22마리로 최근 3년간 죽은 동물은 504마리에 달했다. 반면 보호 두수는 2018년 88마리, 2019년 112마리, 2020년 8월 기준 113마리였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살아있는 동물보다 죽은 동물 수가 더 많은 셈이다.
한편 A 보호소가 유기동물 구조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민들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기견을 신고했는데도 보호소 관계자가 며칠 동안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A 보호소 관계자는 신고전화를 받고는 “퇴근 시간이 다 됐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개를 구조해서 보호소로 데려 온다”며 “다친 개는 어차피 구조해도 안락사”라고 구조를 미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제2장 4조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의 장은 유실·유기동물의 구조·보호, 질병관리, 반환·분양 등의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적절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이후 A 보호소 관계자는 “장소를 말해주면 출동하겠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경남의 또 다른 B 보호소 역시 수상한 운영을 하긴 마찬가지였다. 7월부터 전국 지자체 유기견 동물보호소를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 및 고발 조치를 해오고 있는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의 제보에 따르면 최근 경남의 B 보호소에서는 보호 기간에 80%의 동물이 자연사로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구협 관계자는 “B 보호소의 경우 안락사 건수가 매우 낮은 데 비해 자연사 비율이 매우 높았다. 10마리 중 8마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 B 보호소에만 질병을 가진 동물이 들어왔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또 “정보공개청구 결과, B 보호소 소장은 매달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관리비로 받아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보호소 관할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유기동물이 급증해 보호 두수가 많아지다 보니 관리비도 증액되었다”면서도 “위탁 보호소의 시설이 열악하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보호소 운영을 임시 직영 체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위탁 보호소의 허술한 운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남 의령군 지자체 위탁 보호소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을 유기동물 공고에 올리지도 않고 안락사했다가 비구협에 적발됐다. 올해 8월 전남 보성군 보호소도 별다른 마취제 투여 없이 개 21마리를 불법 안락사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한 뒤 10일이 지나야 안락사할 수 있다. 이마저도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마취제나 진통제를 투여한 뒤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를 고발한 비구협 관계자는 “의령군 보호소의 경우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새끼 강아지를 무자비하게 안락사시켰다. 보성군 보호소는 트럭 한 쪽에 개의 사체를 담아 놓은 포대를 실어놨는데 그 안에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 새끼, 미처 죽지 못한 새끼들이 뒤엉켜 있었다”고 말했다.
#알면서도 방치하는 공무원
위탁업체 선정 과정이 워낙 허술하게 이뤄지다보니 개장수와 번식업자가 보호소 소장으로 선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처럼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동물학대 정황과 열악한 환경이 잇따라 드러나며 이를 감독해야 할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모두 293개소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단 40개소뿐이다. 나머지 253개소는 민간이 지자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경남 지역의 한 유기동물자원봉사단체 관계자는 “40마리밖에 수용할 수 없는 시설에 100마리가 넘는 동물이 수용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보호소가 많다”며 “시청에 수차례 민원도 넣어봤으나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해당 보호소는 아직까지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현 비구협 이사 역시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공무원이 많다. 우리 단체가 방문하겠다고 하자 급하게 공무원 2~3명이 파견돼 분변이 가득한 견사를 치우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지자체 위탁 보호소를 지자체 직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탁업체 선정 과정이 워낙 허술하게 이뤄지다 보니 개장수와 번식업자가 보호소 소장으로 선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위탁 보호소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사설 보호소에 맡기면서 보호소 운영이 단순 돈벌이도 전락하는 등의 또 다른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김세현 이사는 “지금껏 찾아간 보호소 가운데 상당수가 제2의 뜬장(동물 사육 철창), 개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물 관리의 권한이 지자체가 아닌 보호소장에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위탁 보호소를 시군 직영으로 전환해 유기동물 관리와 보호의 책임 주체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의령군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가 지적하는 문제점을 겸허히 수용해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성군 역시 보호소를 임시로 군 직영체제로 바꾸고 보호소 운영에 적합한 관리자를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기동물 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반려견에 대한 미디어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입양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까닭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반려동물 신규 등록 건수는 14.7만이었던 2018년보다 5배 이상 늘어난 79.7만 건으로 나타났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