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상위권’ 블랙핑크 엑소 등 간판 모델 발탁 “한류 위상 업! 글로벌 패셔니스타로 인식”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 찬열은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글로벌 모델로 발탁됐다.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를 통해 공개된 2020 가을 겨울 캠페인 화보. 사진=보그 코리아 제공
보이그룹 엑소의 멤버 찬열은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글로벌 모델로 발탁됐다. 한류 스타가 한국이나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선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글로벌 모델로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프라다의 글로벌 모델로 한국 연예인이 발탁된 것도 최초다.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위에 오르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는 명품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류스타다. 멤버 4명 모두 주요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제니는 ‘명품 of 명품’이라 불리는 샤넬의 하우스 앰배서더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샤넬 코리아의 간판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하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우스 앰배서더다. 2년 사이 블랙핑크의 노래가 크게 히트하며 그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로제는 얼마 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생로랑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생로랑은 2019년 9월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로제를 초대해 ‘스타들의 전유물’이라 불리는 런웨이 맨 앞좌석을 할애한 데 이어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 자리를 제안했다.
지수의 경우 지난해 말 디올 뷰티의 로컬 앰배서더가 됐다. 디올이 가진 여러 가지 아이템 가운데 여성들의 수요가 높은 향수, 화장품 등을 알리는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국 출신인 리사는 셀린의 앰배서더다.
남성 한류스타 중에서는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 글로벌 패션 업계의 뮤즈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지난해 지드래곤과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역시 국내 연예인 중 최초 사례다. 이 운동화는 중고 역시 현재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엑소의 멤버 카이는 명품 브랜드 구찌 아이웨어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했고, 보이그룹 뉴이스트의 민현은 이탈리아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 앰배서더로 이름을 올렸다.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 무대에 한류스타가 오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이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지난해 열린 루이비통의 패션쇼 런웨이를 걸었고, 지드래곤은 샤넬의 오트쿠튀르 패션쇼 무대에서 카지노 게임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명품 브랜드는 그 이미지와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홍보 모델을 고를 때도 대단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면서 “이런 브랜드들이 한류스타를 간판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한류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제니는 ‘명품 of 명품’이라 불리는 샤넬의 하우스 앰배서더다. 최근 더블유 코리아매거진은 블랙핑크 제니의 색다른 샤넬 커버 화보를 공개했다. 사진=더블유 코리아매거진 제공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몸값 비싼 한류스타 다수를 모델로 쓴다. 그들에게 지급하는 개런티만 해마다 1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면세점은 출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외국인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와 떠날 때 반드시 면세점을 거친다. 결국 그들의 이목을 끌고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 전 세계 누구나 알 법한 한류스타를 모델로 쓰는 것이다.
그들이 ‘유명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빌보드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이 그들의 가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K팝을 듣지 않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한류스타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기용하기 위한 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SNS의 보편화는 그 기준을 제시했다. 각 스타들이 보유한 SNS 계정의 ‘팔로어 수’를 통해 어느 정도 그들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글보다는 사진과 영상 등 이미지가 중시되는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는 그들의 인기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블랙핑크의 멤버 모두가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0월 20일 기준으로 볼 때, 블랙핑크 리사의 팔로어는 4090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다. 제니가 3420만 명으로 2위고, 로제(3090만 명)와 지수(3030만 명)가 그 뒤를 잇는다.
네 사람이 한국을 통틀어 인스타그램 팔로어 순위 1∼4위를 독식하고 있다. BTS 멤버 전체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3190만 명임을 고려하면, 블랙핑크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남자 연예인 중에서는 찬열이 2230만 명으로 1위다. 결국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에 따라 명품 브랜드 글로벌 앰배서더 선호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바라볼 때, 이들은 단순히 K팝을 부르는 가수가 아니다. 그들이 입는 의상과 착용하는 액세서리 하나하나가 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패셔니스타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이들이 입는 옷을 비롯해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유행이 된다”며 “이런 현상은 더 나아가 한국인과 동양인을 바라보는 글로벌 시선마저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소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