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시 지분 매입 부담 커져…‘판매 부진 위험 부담’ 소액주주 설득도 숙제
셀트리온 측은 합병을 통해 경영 투명성, 사업 효율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 입장에서는 더 수월하게 지분 승계를 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 회장이) 2세 경영은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향후 지분 승계 시 합작 홀딩스의 지분만 증여하면 되기에 승계 절차도 간소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합병 계획을 공식화했다. 2019년 12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합병에는 여러 변수가 있어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새롭게 설립되는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로(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03%, 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33%를 갖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셀트리온홀딩스-헬스케어홀딩스 통합 지주사는 셀트리온 지분 9.97%,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5.67%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셀트리온 지분 9.97% 매입을 위해서는 약 3조 2001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5.67% 매입에는 약 7292억 원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셀트리온홀딩스의 자본총액은 3958억 원, 최근 설립된 헬스케어홀딩스의 자본금은 3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매입에 적지 않은 부담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합병은 1년 이상 존속된 법인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은 2021년 9월 이후 가능하다. 다만 공정위가 발의한 개정안은 신규 지주사에 한해 적용되기에 개정안 통과 이전에 셀트리온홀딩스와 헬스케어홀딩스가 합병하면 셀트리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가 없다. 개정안 통과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셀트리온 내부에서도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것을 내심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30%로 늘리는 건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추진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여당 의석수가 많지만 야당과 재계에서 반대하고, 여당에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아 개정안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우며 통과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개정안이 합병 전에 통과될 경우 재계에서는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21%를 활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를 이루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도 서 회장의 그룹 지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 4407억 원이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당연히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진행하겠지만 당장은 현행법에 맞춰 합병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밝혔다.
셀트리온홀딩스-헬스케어홀딩스 합병 후에는 3사 합병을 위한 소액주주 설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셀트리온홀딩스-헬스케어홀딩스 합병 후에는 3사 합병을 위한 소액주주 설득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기업 합병은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주총회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승인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주주) 비율은 62.97%,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2.39%, 셀트리온제약은 45.01%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발생주식 3분의 1 이상의 찬성은 가능하지만 반대하는 소액주주의 참석이 많아지면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소액주주가 합병을 반대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소액주주의 설득이 합병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가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요청하는 권리를 뜻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3사 합병이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생산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한 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시장에 유통시키는 구조이기에 판매가 부진해도 그 손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대부분 감당한다”며 “통합 법인은 생산과 유통을 모두 맡을 것이므로 합병 후 기존 셀트리온 주주들은 판매 부진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3사 합병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 앞의 증권사 연구원도 “합병주체 및 합병비율 등이 정해지지 않아 투자 방향성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로 보인다. 셀트리온 측도 오는 2021년 말까지 소액주주 설득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결성한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는 “정확한 로드맵이 나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이기에 현재로선 입장을 밝히기에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주주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좋은 실적을 내는 등 주주들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