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단 내 폭언·폭행 조사하지만 ‘은수미 지지’ 학부모 동원 의혹은 “문제없다” 판단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10월 22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폭언·폭행 등의 의혹과 관련해선 시와 관계없는 외부 상담사에게 조사를 맡기도록 할 계획”이라면서도 손세원 감독의 선수 학부모 동원 의혹에 관해선 “손 감독이 강사나 학부모에게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봤고, 기간제 근로자인 손 감독 개인이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거라 문제없다고 자체 판단했다”고 밝혔다.
성남시가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 감싸기에 나섰다. 성남시는 일요신문 단독 보도로 드러난 성남시청 빙상단 내 폭언·폭행 의혹을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손세원 감독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 지지에 성남탄천빙상장 강사나 선수 학부모를 동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조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일요신문은 10월 14일 성남탄천빙상장에서 빙상 종목 선수들을 지도하던 A 코치가 성남시청 소속 일반부 선수와 학생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행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성남탄천빙상장 ‘사설 코치’ 월권 논란…폭행·폭언 의혹까지). 이에 성남시는 10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빙상단 내 폭언·폭행이 있었는지 자체 진상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10월 16일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 지방선거 ‘은수미 지지’ 학부모 동원 의혹). 손세원 감독이 강사들과 선수 학부모들에게 은수미 후보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강권하거나, 선거 사무실 개소식 참석을 압박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손 감독은 당시 “분명 우리 모여 일치단결 ‘은수미’ 후보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아님 지지하는 후보 있으면 당당하게 그쪽으로 가서 힘차게 지원하세요. XX 돌리다 양쪽 다 잃지 말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단체 대화방에서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은수미 시장이 2018년 7월 1일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8월 22일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새롭게 개정된 내용엔 앞서 만 60세였던 직장운동부 감독의 정년(26조)이 삭제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1959년 1월생인 손세원 감독의 나이는 당시 만 59세 7개월이었다.
당원 가입하거나 선거 개소식에 참석했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아이가 불필요한 피해를 볼까봐 손 감독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그 말에 따랐다”고 말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빙상계 관계자는 “감독의 눈 밖에 나면 빙상장을 이용할 시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운동을 못 한다. 이에 선수나 강사에게 미치는 감독의 권한은 절대적이라, 그 사이에 위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손 감독은 은수미 당시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을 하루 앞둔 2018년 5월 3일 “은수미 의원이 우리가 알다시피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야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성의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참석을 독려했다.
운동부 감독이 정치인의 선거 유세를 조직적으로 도운 사례가 성남시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연호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은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핸드볼 영웅’ 임오경 당시 광명갑 후보 선거 유세에 선수들을 동원했다. 정 감독은 훈련일지에 광명시 소재 산에서 훈련한다고 기재하고, 선수들을 유세장에 투입해 4∼5시간 동안 춤을 추고 박수를 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체육회는 9월 24일 직장운동경기부 관리 운영 규정 제5호 등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정 감독에게 강등 및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정연호 감독의 사례는 손세원 감독과 유사하지만 성남시의 반응은 서울시와 확연히 달랐다.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서울시 핸드볼팀 사례 등 유사 사례를 검토해봤다. 정연호 감독은 선수들을 동원한 것이고 손세원 감독은 강사나 학부모에게 메신저로 투표를 독려한 것이기 때문에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 감독이 선수를 동원한 사실이 나오면 그때 가서 시가 그에 맞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성남시의 반응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자신의 지지를 도운 사람을 내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연호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 같은 경우엔 지지한 사람이 서울시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손세원 감독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