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10개 교육청 수사 대상 100% 직위해제…경기도교육청 “혐의 미미, 극구 부인할 경우 신중”
전국 시도교육청별 ‘교원 성범죄 수사개시 통보에 따른 직위 해제(2017~2019년)’ 현황. 사진=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위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세종시·인천시·충남도 교육청 등의 조치 건수는 타 지방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에 접수된 성범죄 관련 수사기관 통보건수는 72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직위해제가 이루어진 것은 29건에 불과했다. 40.3%에 불과한 수치다.
세종시교육청이 7건 가운데 1건을 처리하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사건수 자체가 많지 않다. 성범죄 징계 건수가 비교적 낮은 전남이 17건 중 3건, 인천이 14건 중 4건, 충남이 17건 중 8건을 미조치한 것과도 비교된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와 사립학교법 제58조는 금품비위와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인해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은 유독 성범죄 관련 절차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각 지원청은 일관되게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각 학교 이사회의 결정 사항에 따를 뿐 교육청에서도 재심의를 요구하는 것 외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된 화성시 안용중학교의 경우, 교장이 성범죄로 인해 검찰에서 기소됐지만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역시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과 지원청에 문의했지만 “재심의 요구를 했다. 검찰에서 수사 중이니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직위해제에 대해서도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권한 밖”이라고만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성범죄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미온적 처리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정감사 영상 캡처
국감에서 안용중 사건에 대한 권인숙 의원의 질의를 받은 이재정 교육감 역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결정은 이사회에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교육청 및 해당 지원청의 대응방식과 같다.
한 성범죄 관련 피해자 학부모는 “사립학교 이사회가 법 위에 있는 것이냐. 사립학교 교원은 무소불위라는 뜻인가. 각 학교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사립학교 성범죄와 각종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쉬쉬하며 피해학생과 학부모 입막음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성범죄 관련 직위해제 미조치는 공립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안용중학교가 공립학교였다면 바로 조치했겠지만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경기도교육청의 답변과 상충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학생 대상 성범죄가 아닐 경우, 혐의가 미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교원이 혐의를 극구 부인할 경우에는 직위해제 조치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개시 통보가 접수됐음에도 해당 교원이 혐의를 극구 부인할 경우 직위해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100% 직위해제 조치를 해 온 지방교육청들은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수사통보가 접수되면 ‘무관용원칙’에 따라 조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7월 30일 교육공무원이 성 비위 사건을 저질렀을 경우 최소 정직 처분을 받는 등 징계를 강화했다. 또 9월 23일 열렸던 ‘제16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제6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추진 현황 및 향후계획’에 대해 논의하면서 교육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혐의를 받는 교원에 대해 수사개시 시 직위해제하고, 성범죄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예비 교원의 교원 자격 취득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감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성범죄 교원 직위해제 미온적 대응에 대해 질의한 권인숙 의원은 “학생과 대면해야 하는 교원 특성상 직위해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며 올해 7월 성 비위 교원의 직위해제 조항을 명문화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