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미달에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져…농진청 “작년 이은 연속과제 공모 불필요, 아직은 연구단계”
농촌진흥청에서 약 1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는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에 사업자 선정 특혜와 사업 부적합성 등 내부로부터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농진청 홈페이지 캡처
#원천기술 보유자만 독식?
농촌진흥청은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작물의 연중재배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축한 온실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농촌에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한겨울 추위를 견디는 저온극복 온실과 달리 한여름 고온까지 견딜 수 있는 온실이다. 지난해 장미 재배로 시작해 최근에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고부가가치 작물재배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사업자 선정 과정과 진행상의 불투명성이다. 제보자가 농진청 내부 자료라며 제공한 ‘고온극복형 온실 추진 관련 청장 지시 이행 계획(2020.1.15)’ 문서를 보면 원천기술 보유자가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 마련에 대한 청장 지시사항을 엿볼 수 있다. 사업자 선정에 대해 ‘동일한 연구자가 수행하도록 하라’는 청장 지시와 사업단장의 요구 사항이 적혀 있다.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진행하던 A 대표가 원천기술 보유자로 알려져 있는데 결국 올해도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한편 지난해에는 A 대표가 두 동의 광폭온실을 짓는 데 55억 원, 작물재배에 20억 원을 사용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진청 내부 자료로 보이는 ‘고온극복형 온실 추진 관련 청장 지시 이행 계획(2020.1.15)’ 문서를 보면 원천기술 보유자가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 마련에 대한 청장 지시사항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온실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된 A 대표는 광주광역시의 B 농원 대표로 유력 정치인과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보자가 내부 자료라며 제공한 ‘고온극복 온실사업 운영 관련 애로점’이라는 문서에는 ‘사업선정 과정에서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과 함께 해당자가 유력 정치인의 지인이라는 소문이 광범하게 퍼져 있음’이 언급되어 있다. 다만 농진청은 이 문서는 공식적인 내부 문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특혜 의혹에 대해 과제 책임자인 황정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고온극복 광폭온실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A 대표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광폭형 온실설치와 함께 재배 관련 오랜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 공모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이 분야에서는 달리 입찰할 사업자가 없다. 게다가 2019년에 이은 연속과제이기 때문에 따로 공모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당위성이 인정됐다”며 “A 대표가 개발한 온실 모델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재배 작목을 기존 장미에서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으로 확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계약서 작성 이전에 온실공사부터 착공한 것은 잘못이다. 공사의 연속성 때문에 장비 관련 경비를 줄이고 빠른 설치를 통해 작물 재배시기를 맞춰야 하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 특정 정치인과의 관련성에 대한 물음에는 “고온극복 온실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윗선에서 이 사업을 특별히 챙기라는 그 어떤 지시도 받아본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의 연속성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므로 통상 과제공모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수의계약으로 체결된 점은 의아하다. 또 경비 절약 차원이라지만 해당 사업자와 계약서도 작성하기 전에 온실 기반공사를 착공한 것도 석연찮다.
한편 A 대표는 광주에서 자체적으로 광폭온실을 개발해 50여 년 동안 장미 등을 재배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성공한 농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온실 관련 국제 특허도 11개나 갖고 있다.
#구조안전성 의문, 화훼 전문가의 노하우에만 의존
‘고온극복 온실사업 운영 관련 애로점’ 문서에는 온실사업 과정에서의 기술적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농진청은 “김해의 광폭온실과 농진청의 광폭온실은 규모는 비슷하지만 공법이 다르다. 김해는 용접방식인 반면 농진청 온실은 밴딩방식이라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대표가 운영하는 광주 B 농원의 광폭온실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16m지만 지금까지 폭설이나 강풍 피해가 전혀 없었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말했다.
농진청 대변인은 고온극복 쿨링하우스의 구조안전성 미달 등의 지적에 대해 “농진청은 정부정책 시행 기관이 아닌 농업과 재배기술 등을 연구·개발하는 R&D기관이다. 고온극복 온실은 보급형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연구과제의 하나로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인 시설물이기 때문에 법적 규격 등에 꼭 맞춰 시설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농진청은 ‘남극에서 사막까지’라는 비전 아래 농업 관련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정책시행 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임을 유념해 달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고온극복 온실의 재배환경에 대한 또 따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재배 과정에서 기형 발생률이 일반 온실보다 높고 딸기의 성장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배수처리 과정에서도 과학적 접근보다는 A 대표의 노하우에 의존하다 보니 순환식으로 처리하지 못해 환경오염 문제까지 야기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업 주체인 원예특작과학원 측은 “A 대표가 개발한 온실 모델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재배 작목을 기존 장미에서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으로 확대해 연구를 시작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과제 수행 과정 중 A 대표와 농진청 내부 연구자들과 잦은 충돌과 갈등을 빚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로 장미 위주의 화훼 재배 경험이 대부분인 A 대표의 재배 방식에 현장 연구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물과 전기가 일반온실에 비해 과하게 들어가는 등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경제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작물재배기술 노하우 등도 부족해 장기간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역시 내부 자료라며 제보자가 제공한 ‘고온극복 온실 UAE 실증 추진을 위한 정책의사 결정회의 결과’ 문서에는 “한국의 고온과는 다른 UAE의 45도가 넘는 고온기를 견디기에는 과도한 냉방부하의 문제로 연중재배가 곤란하다”는 의견도 개진되어 있다. 때문에 올 하반기에 UAE에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한 농진청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시간을 벌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농진청의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를 둘러싼 의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권성동 의원은 “여러 정보들을 입수하고 사안을 신중하게 조사하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러 의혹에 대해 A 대표는 “고온극복 온실은 국내 유일한 기술이므로 공모자체가 불가능하고에너지 효율이나 내재해 기준 등을 일반 온실과 비교할 수도 없다”며 “정치인과는 아는 바도 없고 이번 사업으로 수익을 얻은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고온극복 온실 기술을 국가에 전수하려 한 것뿐인데 탁상행정뿐인 연구자들이 이를 음해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UAE 온실 프로젝트, 대통령도 애정 드러내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레이트) 순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는 “2018년 3월 한-UAE 정상회담 후속조치 프로젝트로 개발한 온실”이라며 “여름철 실내온도를 낮춰 고품질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민간(광주 B 농원)의 성공사례를 실증하기 위해 지은 민관협력 시설”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UAE 왕세자가 농업 협력 강화를 요청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첨단온실 기술을 활용하면 사막지대 곳곳에도 대규모 농지를 조성해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UAE 기후변화환경부 차관보가 이를 시찰하기 위해 농진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이 설비를 통해 UAE 현지의 고온, 물 부족, 모래바람 등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연구개발과 함께 현지에 플랜트 실증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문 대통령의 해당 온실 방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업 주체인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블로그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의 해당 온실 방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역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고온극복 온실에서 재배해 보내온 꽃다발 사진을 게재하며 “청와대 제 집무실 탁자 위에 장미꽃 모듬 꽃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이 장미꽃들은 우리 농촌진흥청이 육성한 순수 우리 품종으로,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것들입니다.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는 올해 말 UAE 두바이에 시범 설치할 계획으로 진행한 농진청의 프로젝트로, 미세안개 장치와 알루미늄 커튼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혁신 설비입니다. 우리 농업 플랜트 수출의 효자가 될 것입니다”라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